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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정말 날 바라보고 있었나..?

브런치 작가 선정 전 선명했던 꿈

by 흔들리는촛불 Jan 29. 2025

정말 운이 좋게도 이전의 3개의 글을 쓰고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는데 3일만에 바로 작가 선정이 되었다는 알림을 받게 되었다.


작가 신청을 할때에만 해도 신청에 의의를 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는 알림을 보자마자 너무 설레어서 핸드폰 화면을 캡쳐 해둘수 밖에 없었다.


언제부터 글을 썼고, 얼마만큼의 시간이 쓰였나?


이전의 3개 글 중 가장 첫번째 글은 결혼을 준비하며 남자친구의 부모님을 처음 뵈었던 24년 2월에 작성했었다. 그 날 저녁 단순히 ‘아빠가 보고싶다’라는 생각 하나로 자기 전에 30분 정도 그리운 마음을 담은 글들을 와르르르 뱉어냈다. 이후 2번째 글은 25년 1월 첫째주, 3번째 글은 25년 1월 둘째주에 하나씩 자기전 30분의 시간들을 쓰며 작성하였다.


취준/이직을 준비하며 자기소개서를 쓸때마다 어쩜 이렇게 글을 못쓰냐는 평가만을 받아오다가, 막상 나만의 생각과 언어로 자유롭게 글자수에 제한받지 않고 쏟아내다보니 오히려 말이 자연스럽고 편안했다. 무엇보다 글을 쓰며 머리가 지끈거리기보다는 손이 가는데로 마음이 가는데로 자판기 위에서 손이 신나게 춤을 추는 기분이었다.머리는 이제는 10년이 되어가는 아버지의 마지막 시간들을 열심히 기억해냈고, 마음은 바쁜 삶속에서 잊혀더 가던 그때의 감정들을 하나씩 끄집어내왔고 손은 그 둘이 번갈아가면서 하는 대화들을 잘 기록해주었다.


누군가에게는 브런치가 뭔데? 거기서 작가를 하면 뭐가 좋은건데?라고 물을 수 있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아빠에 대한 기록이 그래도 값어치 있다는 걸 증명해주는 것 같았다. 브런치 선정 전에 또 신기한 일도 하나 있었다.


오랜만에 선명하게 기억해 낸 아빠의 모습


종종 꿈에서 아빠를 만나곤 한다. 10년전 그러니까 아빠가 막 돌아가시고 나서는 한달에 한번쯤은 꿈에서 만났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그 빈도수가 줄어들고 꿈에서 깨고나면 꿈 내용은 기억도 나지 않은채 그저 ‘아빠를 만났다’라는 개념만 남아있었다.그런데 브런치 결과가 나오기 전날 밤 정말 오랜만에 아빠를 꿈 속에서 만났고 그 기억이 엄청 선명했다.


꿈과 관련된 영화중 인셉션을 가장 좋아한다. 그 중 꿈속에서의 꿈이라는 개념에 대해 공감을 많이했다. 간혹 난 꿈을 꾸고 그 꿈을 꿨다는 사실을 다른 꿈에서 기억을 하며 겹겹히 꿈을 쌓아서 꾸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흔히 잠을 제대로 못자면 그럴 수 있다고도 하여 좋은 건 아니지만 이 날 꿈속에서 아빠를 보았고, 너무 신난 마음에 바로 일어나 엄마에게 ‘엄마 오랜만에 아빠가 꿈에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후 엄마와 대화를 좀 나누었는데 아침 6시 40분의 알람 소리를 통해 이 또한 꿈인걸 알게 되었다.

꿈속에서 깨어나자마자 엄마가 있는 안방으로 가서 바로 전의 꿈과 같이 ‘엄마 오랜만에 아빠가 꿈에 나왔다?’ 라고 신이난 목소리로 외쳤다. 엄마는 대번에 ‘아침부터 꿈이야기 하지마라’라고 하셨다. 바로 전에 꿈속에서 대화를 나누던 엄마와는 많이 다르지만매번 아침에 꿈이야기를 하면 하루가 사납다는 말을 달고 사는 우리집 다웠고 현실로 돌아온게 틀림 없구나 싶었다.


꿈의 꿈속에서 아빠는 오랜만에 예전 투병 중 건강했던 모습으로 나와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다. 아빠가 A / B라는 평소에 내가 이직하고 싶었던 대기업 2곳에 아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며 나중에 그 사람들을 만나보자고 했다. 이후 요즘 이직 준비는 잘되가?라는 질문에 떳떳하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은 할 수가 없어서 A라는 어플로 이런 공고들을 보고, B라는 어플로 다른 종류의 공고들을 보고 있다며 변명아닌 변명과 설명을 하고 있었다.

그런 날 아빠가 지긋이 쳐다보더니 예전에 자주 보았던 은은한 미소와 함께 ‘열심히 하고 있네, 고생많다‘ 라고 한마디를 해줬다. 그 한마디에 꿈속에서 너무 행복하고 마치 한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전교 1등의 성적표를 받은 것마냥 마음이 온통 부웅 뜨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다급하게 이를 엄마에게 알려주고 싶었고, 얼마나 다급했던지 마저 꿈속에서 깨지도 않은 상황에서 꿈속의 엄마에게 이 사실을 먼저 알려버렸다.


엄마에게 아빠의 꿈을 꿨다는 사실은 전하지도 못한채 회사에 출근하고 평소와 같이 열심히 해외사무소들로부터 온 이메일들을 쳐내고 있는데, 브런치로부터 작가 선정 알림이 왔다. 나중에 작가 선정이 되고나면 엄마한테 아빠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알려주게 되었다.정말 아빠는 날 보고 있었던 걸까.


‘열심히 하고 있네 고생많다’ 이 한마디와 아빠의 미소가 하루종일 멤돌았다. 추운 겨울 따뜻한 국밥을 먹으면 속이 따땃하면서도 든든하고 한편으로 노곤노곤해지기도 하는데 난 아마 꿈속의 아빠의 말 한마디로 몇달을 형체없는 국밥을 먹으며 겨울을 보낼것이다.


한편으로는 아빠와 나의 관계가 자랑스러웠다..

함께 지붕아래 같이 산다고 해도 간혹 남만도 못하는 사이의 부모와 자식들을 보았다. 자식은 부모를 원망하고, 부모는 자식을 질책하는 관계를 보며 어쩌면 옆에는 없지만 꿈속의 말 한마디만으로도 하루종일 구름 위를 걷게 해주는 아빠의 사랑이 못내 자랑스러웠고, 한편으로는 모든 가정들이 부디 유한한 시간 속에서 자신의 옆에 있는 부모와 자식을 조금은 너그러이 그리고 온 마음 다하여 사랑하기만을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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