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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의 미학, 디자인

서울대 교수님께 디자인에 대해 물어본다면? - 김영인

1. 고민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자. 먼저 노트북이 눈에 보인다. 시선을 돌리니 마우스가 보인다. 그 사물들은 어떻게 그런 외형을 갖게 된 것일까? 생각을 해 본다면 사실상 우리의 눈길이 닿는 곳이라면 무엇이든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없다. 업무를 위해 펼친 노트북, 지금 앉아 있는 의자, 손에 들고 있는 작은 샤프까지, 아무리 쓸모 없는 사물이라도, 아무리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는 물체일 지라도 그 속에는 언제나 디자인이 담겨 있다. 그리 생각을 한다면 디자인을 전공으로 하는 나에게 갑자기 막중한 책임감이 주어진 듯한 느낌이 든다. 왠지 당장이라도 주변의 모든 사물을 디자인하여 활기를 불어넣어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가치관의 정립 없이 무작정 디자인을 한다면 좋은 디자인, 매력적인 디자인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외려 줏대 없고 의미 없는 디자인만 찍어 낼 뿐일 것이다. 따라서 디자이너라는 이름을 걸고 사물을 디자인하기 전에 스스로 디자인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해 보고자 한다.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그 디자인이 어떤 가치와 개성을 추구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한 흔적을 남겨볼 생각이다.


2. 정의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디자인에 대해 정의하기에 앞서 교수님이나 동기들의 의견을 물었다. 먼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정의철 교수님께서는 디자인을 기술과 인간을 연결하는 일이라 말씀하여 주셨다. 특히 그의 <기술 혁신과 인간 욕구 단계에 따른 산업디자인 역할 확장과 진화기술> 논문 에서는 혁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상의 문제는 많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 혁신을 인간과 연결하는 매개체를 창조하는 디자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언급하였다. 즉, 디자인은 기술과 인간을 긴밀히 연결함으로써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매개체라는 것이다. 또한 디자인과 22학번 한** 학생은 디자인을 ‘유기성을 기반으로 설계된 유/무형의 것’이라 정의하였다.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디자인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곳곳에 깊게 스며 들어 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또한 이들은 유형의 사물 뿐만 아니라 무형의 것으로도 존재할 수 있는데,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다양한 기관 또는 집단 내에서 규칙을 정립하고 수정하는 것 역시 사회 구조를 ‘디자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디자인은 연결의 방식으로 이루어진 유무형의 것이라는 정의이다. 한편 조** 학생은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와 목적을 실용적인 요소와 미적인 요소 모두 포함시켜 미술적 요소로 포장하는 일이라 정의하였다.

의견들을 종합해보면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키워드는 바로 ‘연결’, 혹은 ‘매개’ 였다. 이를 바탕으로 필자는 디자인을 ‘연결의 학문’이라 정의하겠다. 디자인은 어느 한 가지 학문을 통해서만 이룰 수 없다. 경제, 사회, 문화, 심리, 코딩, 기술 과학, 재료 공학 등 다양한 학문의 융합을 통해 더 높은 차원의 시각적, 물리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즉, 디자인은 여러 학문이 만나는 교차로에 있는 학문이다. 디자인의 목적은 커뮤니케이션에 있다. 다시 말해 사용자와 소통, 즉 뜻을 연결하기 위해 디자인이 활용된다. 사용자에게 의도한 상업적, 혹은 공적, 개인적 뜻을 전달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사용자와 디자이너의 디자인이 상호작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디자인과 사용자가 연결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디자이너가 해야 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디자인은 사람, 사물, 개념, 기술을 상호 연결하는 일이다.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이 뜻을 함께할 수도 있고 사물과 사물이 연결될 수도 있다. 개념과 개념이 융합되어 새로운 개념이 탄생할 수도 있고 기술이 합쳐짐으로써 새로운 디자인이 탄생할 수 있다. 나아가 사람, 사물, 개념, 기술이 서로 긴밀히 거미줄처럼 연결되는 일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3. 추구

그렇다면 이러한 디자인은 어떤 가치와 개성을 추구해야 할까? 디자인 가치관을 고려할 때에도 ‘연결’이라는 키워드를 놓쳐서는 안된다. 첫 번째는 사람과 디자인의 연결이다. 즉, 디자이너는 사용자와 소통을 해야 한다. 사용자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보다도 먼저 알아채고 디자인을 하여 사용자의 니즈 (Needs)를 충족시키고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며 이러한 메시지을 사용자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나아가 이제는 디자이너가 만든 디자인을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디자인에 ‘참여’하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즉, 사용자는 더 이상 디자인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존재가 아닌, 디자인과 상호작용하고 그 자체에 참여하는 역동적인 주체로 발전하였다. 따라서 사용자가 디자인과 소통할 수 있도록 인터랙티브한 디자인을 해야 한다.

둘째, 디자인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야 한다. 사용자들이 디자인에 공감하고 참여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용자와의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한가지 예로, 1968년에 디자인된 ‘부대자루’라는 뜻의 ‘사코 의자 (Sacco Chair)’가 있다. 이는 자루에 합성수지 알갱이가 충전된 덩어리로 전형적인 의자의 모습은 아니지만 ‘앉을 것’이 되어준다. 사용자의 자세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형되는 이 의자에 앉는 사용자는 자신도 모르게 가장 편한 자세로 앉게 된다. 반듯함보다는 흐트러짐을 통해 딱딱한 분위기보다는 유쾌한 분위기를, 침묵보다는 대화를 이끄는 힘이 있다. 이처럼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은 디자인이다.


4. 기대

디자인의 본질과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디자인은 더 이상 시각적 아름다움이나 단순 편리함만을 위한 학문이 아니다. 디자인은 곧 사람의 생활이고 세상을 구성하고 연결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디자이너는 디자인 분야 뿐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심리, 코딩, 기술 과학, 재료 공학 등 다양한 학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융합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나아가 사용자, 환경을 상호 연결할 수 있도록 끊임 없는 고민을 해야 하며 세상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다면 연결의 아름다움을 실현하는 진정성 있는 디자인이 가능하진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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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디자인 연합(SNUSDY) 인스타그램 | @snu_sdy.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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