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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 Mar 20. 2024

엄마! 아빠 욕 그만 좀 해

part1. 남편이 밉다고 아이에게 티 내지 말기


결혼을 하고 남편과의 갈등으로 화가 치솟으면

첫째 딸에게 남편 험담을 하곤 했다.

" 너네 아빠 저 더러운 성질머리는 절대 배우지 마라 "

" 너네 아빠 욱하는 거 저거 못 버려 "

딸이 묵묵히 들어주거나 편을 들어주니 

화도 풀리는 것 같고 든든한 것 같기도 했다.


어느 날

남편이 첫째 딸을 훈계를 하고 있었다. 

그러자 딸이 나에게 오더니 

" 엄마, 왜 아빠 같은 사람하고 결혼했어? 진짜 아빠 완전 나빠 "

아이는 아빠에 대한 불만과 짜증을 나에게 퍼부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 아무리 그래도 아빠한테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


" 엄마도 나한테 아빠 많이 했으면서 왜 그래? "


사실 난 

어릴 적부터 엄마가 내게 아빠 험담을 많이 했다.

엄마를 힘들게 하고 가정을 지키지 않았던 아빠를 미워했고

엄마가 내게 아빠 욕을 쏟아내면

같이 맞장구를 쳤고 그런 아빠가 점점 싫어졌다.


사실 아빠를 싫어해야 할 구체적인 나의 이유는 없었다.

집에 자주 없었고 가족들을 돌보지 않았지만 

가끔 만나는 아빠는 젠틀했던 걸로 기억한다.

나에겐 엄마가 있었으니 

어린 나로서는 딱히 아빠가 필요치 않았던 거지 

미워해야 할 대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남편에 대한 분노가 가득 찬 엄마는 

내게 아빠가 얼마나 무능한고 무책임한 지에 대해 수시로 말해줬고

그렇게 난, 나가 죽어도 시원찮은 남자의 딸이 되어버렸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내 남편 흉을 딸한테 하고 앉았다니

참 볼품없기 그지없었다.

그날로 큰 딸에게 사과를 했다.

" 엄마가 너한테 아빠 욕한 거, 그거 잘못한 것 같아. 

  너는 엄마 반  아빠 반으로 태어났는데 

  너한테 아빠욕을 하면 안 되는 거였어.

  너도 아빠한테 화가 난다면 그 상황에 속이 상한 거지 

 아빠가 나쁜 사람이라서 그런 게 절대 아니란다 " 


그날 이후 남편과 싸우더라도

아이 앞에서는 남편 흉을 보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한테는 아빠가 얼마나 너희들을 사랑하는지

얼마나 훌륭하고 멋진 아빠인지

엄마에겐 또 얼마나 멋진 남편인지 

고르고 골라서 말해준다.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말해준다.

그래야 아이는 멋진 아빠를 둔 행복한 사람으로 클 수 있다.



슈퍼맨 같은 멋진 아빠를 둔 자녀로 키우고 싶나요?

나가 죽어도 시원찮을 아빠를 둔 자녀로 키우고 싶나요?


그건 여러분 손에 달려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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