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마음
다행히도 신은 내게,
하체에만 축복을 내리셨으니
비록 두 허벅지가 늘 맞닿아 있을지언정,
허리 하나만큼은 25인치로 20대를 살았다.
한 손에 착 감기는 허리에
축복 가득한 하체라 20대의 나는
풍성한 서양스러운 몸매 소유자였다.
28살 첫 아이 임신과 동시에
신은 나에게
그야말로 온몸에 축복을 선사하셨다.
걸어 다니는 건지 굴러다니는 건지
뱃속에 아이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애를 위해 먹는다고 쓰고
이 기회에 먹는다라고 읽었다
" 애 키워봐라 먹을 시간 없어서 저절로 빠진다"
" 모유수유하면 다 빠진다"
" 애 걸어 다니기 시작해 봐라 쫓아 댕긴다고 다 빠진다"
..
..
다 빠진다면서요..?
저에게 이 말해주신 분들...
고소해도 될까요?
32살 둘째 임신했을 때는
' 내가 당한 게 있지 ' 이번엔 진짜야!
아기 몸무게랑 양수무게까지만 나, 허용한다!
결의했건만..
이게 또 경력직이라
먹던 가다(?)가 있으니 나에겐 날씬한 임산부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애 둘 모유수유 다 하고
애 둘 독박육아 다 하고
가정에 살림에 워킹까지 다 해도
도무지 중간에 껴있는 이 튜브가 빠지지 않는 것이었다.
한약다이어트로 한 달에 7킬로 빼고 석 달에 8킬로 쪘뿌고...
옳다구나!
16시간 공복 다이어트. 너로 정했다.
8시간 동안 때려 넣으니 3킬로가 더 쪘뿌고..
1일 1식이 답이구나 싶어
늦은 점심 왕창 들이부으니
11시쯤 야식은 닭발이지 하고 뜯고 있는데 뭘
뭐라 하는 사람 하나 없는데
혼자 뺐다 먹었다
굶었다 들이부었다 요란법석을 떨고도
결과물은 여전히 내 배에 껴있는 튜브라니...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난데없이 신랑이
자기는 육덕진 여자가 이상형이랜다.
분명히 결혼 전에
25인치 쏙 들어간 허리에 반했다고 똑똑히 들은 게 있는데 말이다.
한약다이어트로 급 7킬로 뺐을 때
내 허리를 보고 분명
환호를 질렀는데 말이다.
그러면서 내 튜브를 자꾸 만지면서
자기는 행복한 사람이랜다
가슴도 만지고 뱃살도 만지고 만질 거 많다고 행복한 사람이랜다
이거, 나 멕이는거지?
그런데 매번 그런 말을 해댄다.
뜬금없이 날 아래위로 훑더니
"캬~ 죽인다 "하질 않나
"엄마 몸매 죽이지 않냐? ' 하질 않나
애들은 하나같이 눈이 말똥만 해져서는
' 아빠! 뭐가? 대체 뭐가? '라는 눈빛은
상관도 안 한다. 애초에 질문이 아니었던 게다.
처음에는 저 인간이
날 놀리는 건가 조롱하는 건가 싶다가
어느샌가
'어? 나 정말 이 정도도 괜찮은가?'
'뭐, 뱃살 좀 있으면 어때! '
'편안해 보이고 여유로워 보이는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저 사람은
내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게 하는 법을 알려준 것이다.
허리 25인치였던 그때의 '나'도
허리에 튜브를 끼고 있는 지금의 '나'도
여전히 변치 않는 건 겉모습의 '내'가 아닌 그 자체의 '나'니까.
밉다 여기면 미울게 서말이다.
불행하다 여기면 불행한 것밖에 안 보인다.
그런데 이 말과 완벽하게 같은 말이 있다.
예쁘다 여기면 예쁜 게 서말이다.
감사하다 여기면 감사할 것 밖에 안 보인다.
우리 조상이 이런 말을 남겼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이왕 볼 거 예쁘다 여기고
이왕 볼 거 좋은 점만 찾아보고
이왕 생각할 거 감사함만 생각해라!
이 말을 전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