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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 Mar 06. 2024

도대체 니 남편은 얼마를 버는데?

part 1. 마음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나는 한 때

남편의 벌이가 내 자존심의 구성요소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때가 있었다.


공기업에 근무하던 남편은 결혼 3개월 차 되던 무렵 자발적 퇴사를 하였고 아주 근사하게

24평 아파트를 공중분해시키는 지경에 이르렀다. 

첫째 육아휴직 후 복직으로 13개월 그 핏덩이를 

어린이집에 1등으로 등원시키고 꼴등으로 하원시킬 수밖에 없었다. 

남편은 있었지만 한부모가정처럼 혼자 워킹도 해야 했고 맘도 해야 했었다. 

공중분해된 24평 아파트는 남편의 어깨 위를 고이 즈려밟고 있었고

남편은 일만 해야했다. 

감히 말할 수 조차 없는 그 압박감을 혼자서 감당하고선 말이다.

그때 나이 서른, 남편 나이 서른셋.

너무도 가엽은 어린 부모였고 서툰 어른이었다.


없이 살아도 남들 하는 건 다 하고 싶었다. 아니, 내 자식에게만큼은 해주고 싶었다.

이제 겨우 말하는 아이에게 수백만원 하는 몬테소리 교구로 풀 세팅 해주는 친구가 부러웠고

이제 제법 아장아장 걷고 뛰는 아이에게 버버리신발을 신기는 후배가 부러웠다.

BMW를 타고 온 몇 년 만에 만난 사촌동생이 부러웠다.


'도대체 니 남편은 얼마를 버는데!!!!'


부러운 마음만큼 내 아이에게 미안했고 

미안한 마음만큼 내 마음은 알 수 없는 검은색 감정으로 단단해졌다.

자고로 악재는 한꺼번에 와야 제 맛이지!

위가 아파 찾아간 병원에서 어이없게도 목에서 1.5cm 암덩어리를 발견했고

난 그 길로 직장마저 잃었다.

시기 질투 욕망 좌절 원망 한계 죄다 좋지 않은 감정들이 뒤섞여 정의를 내릴 없는 그냥

까맣고 딴딴한 뭔가가 꽉 뭉쳐져 검은 숯검댕이가 내 가슴에 박혀있었다.

경단녀가 되고 나니 

안정적인 직장이 없는 남편을 더 원망했고

도와주지 않는 친정에 더 좌절했고

평화로워 보이는 친구들에게 화가 났다.


가슴에 박혀있는 시커먼 숯검댕이를 빼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다.

병원에 가려고 하니 일주일치 약 먹고 나을 병도 아닌 듯보였고

상담을 받을까 알아보니 

뜨악. 시간을 돈으로 처발처발 할 게 뻔했다.


그때부터 나는 너무 절실했다.

나같이 못돼 쳐 먹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어떻게 이 시기를 벗어나야 하는지 너무 알고싶었다.

아니지, 알아야 했다.

불행하다 여기는 내 마음이 너무 불행했다.


그때부터 난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자기 계발서나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에세이, 심리책을 많이 읽었다.

무교이지만 스님의 말씀도 많이 들었다.

그렇게 몇 년의 내공이 쌓여서일까?


안정적인 직장이 없어 능력까지 없어보였던 남편은 

한쪽어깨에 먹성 좋은 딸 둘, 한쪽어깨에 후덕한 마누라하나 둘러메고

밤낮없이 일하는 위대한 슈퍼맨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도와주지 않는 친정은

자식에게 짐 되기 싫다며 아직까지도 열심히 일하는 

영원한 절대적 내편으로 보이게 되었으며

평화로워보여 더 화가 났던 친구들은

이 모지리찐따시절에도 나를 내치지 않은 멋진 의리녀로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변해야 하는 건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남편도 아니고

힘들 때 나를 도와줘야 하는 시댁 친정식구도 아니며

차라리 같이 폭삭 망했으면 좋을 친구가 아니었다.


결국

나 자신이었다.

결국

내 마음이었다.


악몽 같은 하루를 견디고 있나요?


견디지 말고 부딪히세요.

좋은 책 많이 읽고 좋은말 찾아서 들으세요.

건강한 생각을 먼저 채우세요.

그리고 여러분이 스스로를 격려해 주세요.

결국 변해야 하는건

내 자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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