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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 Feb 28. 2024

동서, 이건 좀 아니지 않아?

part 1. 마음

아들 둘에 늦둥이 딸 하나.

27살 그 집에 맏며느리가 되었다.

처음 해보는 며느리에

처음 겪어보는 시댁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렵고 불편했지만

물려받은 싹싹함과 친화력으로 

시월드에 입성했다.


알고 보니 

인싸인 시어머니는 부처의 마음에 김제동의 말빨을 가진 아메리칸스타일의 시골할머니였고

백발인 시아버지는 며느리사랑 나라사랑 손녀사랑 세계 평화 사랑 넘치는 시골할아버지였다


어느샌가,

친정보다 더 편하게 되었고

맏아들보다 더 친한 맏며느리가 되어있었다.


3년 후

아랫동서가 들어왔다.

시댁과는 멀리 살아 특별한 날에만 왕래가 있으니 명절같이 하룻밤 자고 가게 되는 날이면

너도나도 어색함에 공기마저 어색했다.

동서는 시댁에 올 때마다 서방님 방에 들어가서는 좀 채 나올 생각을 안 했고

잘 어울리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싹싹함도 없었고 서방님 뒤만 졸졸 따라다녔고 뭔가에 불만이 많아 보였다.

며느리가 둘 이상 있는 집은 대부분 알 거다.

경제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면,

시월드에 보이지 않는 기싸움이 있다는 것을.


몇 년이 지나도 

응당 손아랫 동서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니 

30살에 새파란 맏며느리는 뿔이 났다.


" 이거, 한 소리 해야 하지 않겠어?  시댁에 오면 좀 같이 음식도 하고 같이 치우고 같이 좀 어울리고 해야지. 

무슨 안 좋은 일이 매번 시댁에 올 때마다 있는지 모르겠지만 서방님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도 않고 말이야.

이건 좀 아니지 않아?  어머니도 그래, 이건 이렇다 저건 저렇다 최소한의 정도는 조금 언질을 주셔야 되지 않아? "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그동안 쌓일 때로 쌓인 볼멘소리들이 남편 귀를 과녁 삼아 난사를 하고 있었다.

잠자코 듣고 있던 남편이  조용히 한마디를 건넸다.


3년 전 처음 시집왔을 때 

당신도 어쩌면 엄마 눈에는 많이 부족했을 거야.

하지만 엄마는 아무 소리 않고 기다려주셨을 거야

자기가 우리 집에 자연스럽게 융화될 수 있도록 말이야.

우리도 조금 기다려보자고.

우린 딱 우리가 할 도리만 하면서 기다려주자고.

그래도 계속 그런다 싶으면 그땐 내가 집안을 확 뒤엎어줄게.


머리가 딩_

한 대 제대로 맞은 느낌이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 했던가

이제 경우 앞다리가 쏙, 뒷다리가 쏙 나온 주제에

누가 누굴 뭐라 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

그렇다. 

나 또한 27살 새파란 게 알면 뭘 얼마나 알고 

잘하면 뭘 얼마나 잘했겠나

그래도 늘 어머님이고 아버님은 

그 어떤 것도 바라지도 평가하지도 않은 채

그저 사랑만, 정만 주셨다. 


나는 싹싹함과 친화력을 물려받았지만

동서는 조용함과 진중함을 물려받았을 수 있었고


나는 시댁식구와 친하게 지내는 걸 좋아했지만

동서는 시댁식구와 약간의 거리를 두는 걸 선호했을 수도 있었다.


나는 이미 시댁에 적응 탑재 완료가 되었지만

동서는 적응하려 나름 시도를 했을 수도 있었고

이미 난 시댁식구와 너무 가까워져 

동서가 선뜻 낄 수 없었겠다 생각마저 들었다.

동서 편에 서서 보니

제법 이해되는 것도 많았다.


나는 우리 어른들에게 배운 걸로

내 나름의 방식으로 정을 냈다.

그리고 손아랫동서로써의 역할은 전혀 바라지 않았다.

사촌동생처럼 대하자 생각하니

또 그럴싸하게 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불필요한 신경을 끄고 살았다.



몇 년 후 지금의 동서는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요?


" 동서야 삼촌이랑 또 싸웠나? "

" 아 형님, 진짜 돌겠어요!! 저한테 뭐라는지 알아요?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름 귀여운 사촌동생이 생겼다.



ⓒ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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