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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 Mar 07. 2024

망할 놈의 인스타

part 1. 마음


싸이월드에서 나름 휘젓고 다니다 시대에 흐름 따라 

카카오스토리로 넘어왔더니

이젠 또 인스타를 죄다 하네? 

사람이 줏대가 있지! 

나는 카카오스토리로 킵고잉 하겠어! 

호기롭게 킵고잉 외치다 5년 전 사진을 끝으로 킵다잉했다.


하도 남들 다 한다 해서 구경이나 한번 해보자 싶어

앱을 다운 받은 그 순간

나의 불행도 함께 다운로드가 되었다.


" 워메 얘 또 해외여행 가는겨? "

" 어머 남편이 샤넬가방을 사줬다고? "

" 뭐여, 이 집 남편은 요리사여 뭐여? "

" 세상에.. 얘는 공부도 못했는데 어떻게 의사 와이프가 됐다니? "

차라리 지가 의사가 되었다면 이렇게나 억울하지는 않지

의사와이프라니... 쟤가? 왜?

내가 이렇게 인성쓰레기였나 싶을 정도로

전혀 개연성 없는 시기질투가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지인들의 화려한 사생활에 

놀라움과 동시에 부러움이 올라오더니

초라함이 나를 순식간에 덮어버렸다.

근데 이 인스타라는 놈이 가관인 게

내가 모르는 사람들 사진도 랜덤으로 막 올라오는 게 아닌가?

몸매는 또 왤캐 좋은겨

집은 스튜디오야 뭐야? 뭘 이렇게 파리 미끄러지게 깨끗하게 하고 사는겨?

오늘 처음 만난 낯선 사람들이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나도 웃긴 게, 초라한 내 모습이 싫으면 안 보면 그만일 것을

뭘 그렇게 타고 타고 염탐을 하는지 

나처럼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친구를 

반드시 찾고야 말겠다는 불굴의 의지가!

역시 의지의 한국인 이랬던가.

몇 시간을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씩씩거리다 

핸드폰을 냅다 소파에 던져버렸다.

반가움이 놀라움으로, 

놀라움은 부러움으로, 

부러움이 질투로, 

질투는 초라함으로

초라함은 분노로 제 모습을 바꾸며 나를 괴롭혔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허기가 

남루한 자존감으로 변질되어 

나 말고는 다 행복한 것 같고

나 말고는 다 잘 사는 것 같아 보였다.


순식간에 휘몰아쳐 나를 눌러버리는 이 감정에서

빠르게 탈출하는 방법은 

단 하나!

인스타그램 삭제.



누군가의 찰나의 행복을
내 삶과 비교하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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