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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_사소함에 뭉클
고양이 한 마리가 창틀에 앉아 눈을 가늘게 뜬 채 세상을 바라본다.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는 듯하다. 어둠이 가득한 실내에서 밝은 바깥세상을 바라보지만, 한 발도 내딛지 않는다. 고양이는 왜 창틀에 머문 채 망설일까? 포근한 실내의 안락함 때문일까, 아니면 바깥세상의 낯섦이 두려운 걸까?
그 모습이 어쩐지 나와 닮았다.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지만, 변화에 대한 확신이 없어 쉽게 발을 내딛지 못한다. 직장 생활이 주는 안정감과 익숙함이 낯선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마음을 붙잡아 둔다. 열린 창틀에서만 머물던 고양이처럼 나 역시 익숙함과 변화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유리창 너머 누군가 고양이에게 손을 내밀면, 궁금했던 세상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겠지. 이처럼 나에게 손을 내미는 건 무엇일까? 아마도 지금처럼 세상을 배우는 일일 것이다. 지금의 공부가 차곡차곡 쌓이면, 언젠가 나도 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 걸음 내디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