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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라떼를 즐겨 마셨다. 서두르는 출근길, 잠시 카페에 들러 주문한 따뜻한 라떼는 작은 쉼표 같은 존재였다. 두 손에 전해지는 온기가 급한 마음을 가라앉히곤 했다. 커피 한 모금이 온몸의 긴장을 풀어주고, 입술에 닿은 거품이 부드럽게 감싸듯 스며들었다. 이것저것 취향을 묻는 카페 직원의 질문에도 나는 늘 같은 대답을 했다. "따뜻한 라떼예요." 커피 맛을 잘 몰랐던 덕에 선택의 고민이 없었다.
이제는 라떼 대신 "따뜻한 아메리카노요."라고 주문한다. 우유가 콜레스테롤을 높인다는 말에 라떼를 끊었다. 건강을 생각하며 단호하게 바꿀 수 있었던 건 나이듦 때문일까. 아니면 이제껏 고집스럽게 지켜왔던 것들이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일까. 사실, 수많은 선택 앞에서 복잡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사는 게 생각보다 단순하다는 걸 알게 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