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으로 먼저 만난 너

by 디어살랑

영화에서나 볼 법한 푸른 용이 불을 내뿜으며 내 몸을 덮친다던가, 숲 속을 걷다가 수박만 한 복숭아를 발견해 얼싸안고 좋아한다던가 같은, 들어도 믿기지 않는 이런 꿈들을 보통 태몽이라고 한다. 태몽은 보통 임신 전후로 임산부나 가족, 가까운 친척이 꾸기도 하는데 나는 나 혼자 태몽을 두 번 꾸었다. 원래도 매일 밤 꿈을 꾸는 편이라 그런지 태몽도 나에게 와준 것 같다.


첫 번째 태몽은 임신 한 달 전에 꿨는데, 남편과 내가 영험한 구렁이가 살고 있다고 소문나서 텔레비전에도 나온 신비한 사원을 찾아가는 꿈이었다. 전국팔도에서 사람들이 올 정도로 아주 유명한 사원이었고, 도착해서 어떤 방에 대기하고 있으니 한 아주머니가 나타나서 구렁이를 우리에게 냅다 던져주고 갔다. 처음 보는 구렁이가 이리저리 우리 주위를 기어 다니는 모습을 구경하는데 원래라면 뱀 같은 파충류를 기겁하고 무서워함에도 꿈에서는 이상하게 구렁이가 귀여워 보였다. 그러다 아주머니가 다시 와서 구렁이는 두꺼비를 좋아한다며 두꺼비를 나에게 던지는 게 아닌가! 두꺼비를 노린 구렁이와 두꺼비, 두 마리가 나에게 갑자기 돌진하길래 너무 놀라서 깨버렸다. 꿈이 너무 생생해 잠을 깬 뒤에도 한참을 뒤척이다 다시 잠들었다.


두 번째 태몽은 임신 확인 일주일 전에 꿨다. 남편과 내가 깜깜한 밤, 칠흑같이 어두운 들판에 서서 하늘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별똥별이 눈앞에서 포물선을 그리다 뚝-! 하고 떨어지는데, 순간 놀라면서도 너무 아름다운 모습에 남편에게 '별똥별이다!! 방금 봤어? 봤어?' 하면서 재차 질문했다. 남편도 봤다고 했고 둘이 연신 신기해하며 호들갑을 떨다 잠에서 깼다.


태몽의 특징은 꿈이 너무 생생하다는 것이다. 두 개의 태몽 모두 꾸고 난 뒤 놀라서 잠에서 깼고, 쉽사리 다시 잠에 들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꿈을 꾼 지 몇 달이 지났음에도 생생하게 생각 나는 걸 보면 뭔가 정말 그냥 매일 꾸는 꿈이랑은 좀 다른 것 같기도 하다.


태몽마다 성별을 암시하기도 한다던데, 예쁜 과일이 나오면 딸, 사자나 호랑이 같이 용맹한 동물이 나오면 아들 일 확률이 높다고 하는데 이것도 역시 카더라 통계일 뿐 100%인 건 없다. 구렁이 태몽은 보통 아들, 별똥별 태몽은 딸이 많다고들 하는데... 태몽을 꾸고 임신까지 확인하고 나니, 그래서 우리 아기는 딸일까, 아들일까? 상상하는 시간도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문득 태몽은 한국에만 있는 토속 문화일까? 궁금해져서 해외에서 다루는 태몽에 대해서 찾아봤는데 나오는 게 거의 없었다. 딱히 정해진 단어도 없었다. 본인이 꾸지 않더라도 나의 임신을 바라고 있는 가까운 사람이 꿔준 다는 태몽은 아마 한국에만 있는 귀중한 경험이 아닐까 싶다.


한국 제외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이 귀여운 풍습이, 오늘도 한밤 중 누군가의 마음에 조용히 별 하나를 띄워주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괜스레 뭉클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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