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 아기랑 언제 친해져요?

by 디어살랑

아직 임신 초기에 속해서 병원을 꽤 자주 가는데, 갈 때마다 초음파를 보고 있다.


"이게 아기 발이에요. 보여요?"

"어디가.. 발이라고요..?"


저게 아기 발인지, 그냥 검은 화면의 하얀 점인지 열심히 분석하고 있을 무렵 또 질문 어택이 들어왔다.


"이게 발이고, 이게 엉덩이. 너무 귀엽죠?^^"


저게 엉덩이라고? 뭔지 분간이 안되는데도 지금은 아기엄마로서 한껏 내 아기를 귀여워해야 하는 타이밍인 것 같다. 의사 선생님도 그런 반응을 기대하고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시며 말하시는데, 그러지 못해서 울고 싶다. 엄마의 아기 덕질, 또는 모성애라는 찐한 용어의 시작은 언제부터 나에게 와닿게 되는 걸까? 뱃속에 있긴 한가 싶은 이 존재가, 병원에 갈 때만 확인되는 이 작디작은 존재가, 사실 아직은 크게 와닿지 않는다.


나는 임신하면 모성애가 뿅- 하고 나올 줄 알았다. 상상 속의 임신한 나는 연신 배를 쓰다듬으며 우리 아가 굿모닝~ 하며 아침인사를 건네며, 아기에게 좋은 것만 챙겨 먹고, 자기 전에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습이었다. 때로는 클래식 음악도 듣고 연주회도 보러 다니며 음악태교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아침에는 병든 닭처럼 졸린 눈을 비비며 피곤한 몸을 겨우 일으키고, 음식은 맵거나 자극적인 것만 당겨서 떡볶이, 라면을 주로 먹으며, 책을 손에 놓은 지는 오래되었다.


임신을 하면 보통 임신주수별로 다양한 정보를 주는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한다. 나도 유명하다는 것 중 한 개를 다운로드하였고, 주수별로 태아의 크기가 어느 정도로 크고 있는지도 친절하게 알려주곤 한다. 하지만 이 과하게 친절한 어플은 매일 밤 9시가 되면 태담 할 시간이라고 압박을 준다. 무슨 태담을 하면 좋을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어플에 들어가면 다양한 사랑 고백 시와 문장들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다. 오늘은 읽어볼까, 하다가 배에 대고 말을 거는 게 뭔가 낯간지러워 오늘도 그냥 어플을 종료했다. 그래, 내일부터 하자, 하고 오징어게임을 틀었다.


그렇게 오늘도 병원에서 마주한 살랑이의 자그마한 모습이 낯설었지만, 의사 선생님의 '좋아요, 아기 건강해요.'라는 말에 이리도 긴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되는 건 살랑이의 건강과 안녕이 무척 중요한 엄마가 되었는 뜻이기도 했다.


살랑아, 언제쯤이면 너랑 친해질까?

네가 격하게 움직이며 내가 태동을 느낄 때쯤?

태어나서 너의 모습을 실제로 내 눈에 담게 되면?


아직은 잠들기 전 남편이 '살랑아 잘 자~' 하는 인사가 우리가 하는 태담의 전부지만, 하루하루 폭풍 성장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이 꼬물이랑 나도 친해지기 위해 조금씩 노력해 봐야겠다.



keyword
이전 05화내가 임산부라는 걸 몰랐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