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쓰며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나도 어느덧 임신 초기를 지나고 있었다. 전보다 덜 울렁거려서 먹는 것도 마음껏 먹고 있고 마음도 전보다 편안해진 어느 오후. 너무 마음껏 먹었던 걸까, 호기심에 올라가 본 체중계에서 얼어버리고 말았다. 2주 만에 2kg가 찐 것이다. 임신 중기나 막달 가면 아기가 쑥쑥 크는 만큼 정말 숨만 쉬어도 살이 찐다고 들었고, 그래서 초기와 중기에는 체중관리에 꼭 신경을 써야 한다고 들었다.
나는 임신 전에도 헬스장에서 PT를 받고, 매주 주 5회 운동을 할 만큼 몸매관리에 신경을 썼었다. 매일 몇 칼로리를 먹는지 기록도 했었고, 살이 쪄본 경험, 또 살을 빼본 경험 둘 다 있었기에 살이 찌는 건 쉬워도 빼는 게 얼마나 어렵고 고독한 일인지 알고 있었다. 2주에 2kg면 일주일에 1kg.. 총 임신주수가 40주니까...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
병원에서는 16주가 되기 전까지는 산책, 스트레칭 정도만 하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절대 안정을 위해 초기에는 눕눕(일명 누워만 있는 휴식)만 하라고 하고. 하지만 평생을 가만히 있어본 적 없는 나는 그놈의 안정, 휴식이란 말이 족쇄처럼 느껴졌다. 먹는 건 임신 전과 그대로, 아니 오히려 더 먹는 것 같은데 그만큼 움직이지 않으면 그게 다 살이 되는 거 아닌가? 주위에서 들리는 말들을 흘려듣고 곧장 헬스장을 가서 천국의 계단을 타기 시작했다. 땀이 뚝뚝 흐르고 러닝머신까지 타고 오니까 기분이 아주 상쾌했다. (평소보다 더 강하게 운동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약한 강도로 운동했다!)
그날 저녁, 속옷에 피가 살짝 비쳤다. 걱정돼서 괜스레 이거 저거 검색했는데 더 걱정을 키우는 꼴만 되었다. 그날 밤 걱정 인형을 안고 잔 덕에 나는 하혈을 하며 아기를 잃는 꿈을 꿨다. 다음 날 병원에서 초기에는 아기집, 태반 등이 자리 잡으며 조금의 출혈은 있을 수 있다고 아기는 아주 건강하다고 안심시켜 주었으나, 감히 임산부 주제에 운동을 하려고 해서 이러나 싶어서 나 자신이 너무 미웠고, 출산하고 빼면 돼~ 하고 편하게 마음먹으며 음식을 즐기는 산모들이 부러웠다. 그리고 왜 나는 그러질 못할까 싶어서 슬펐다.
오늘은 헬스장도 안 가고 보고 싶은 드라마나 실컷 보고, 그토록 병원에서 강조하는 '산책'만 살살 다녀왔다. 다녀와서 복숭아를 깎아먹으며 배를 통통 두드린다. 요즘 샤워 후 거울을 보며 볼록하게 나온 배를 숨을 헙-! 하고 참으며 집어넣으려고도 해 보지만 자궁이 커진 배가 그런다고 들어갈 리가 없다. 거울 속 내 모습은 앞으로 더 낯선 형체를 보여줄 텐데,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어색하다. 임산부의 불룩한 배를 보고 아름다운 D라인이라고도 표현하는데, 아름답다,라는 말보다 더 필요한 건 지금 이 변화 속에서도 나를 미워하지 않고 이 모습조차 사랑하려는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서툴지만, 그 마음을 매일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변화하는 내 모습을 받아들이는 일도, 출산처럼 천천히 준비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