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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s Oct 12. 2024

6화. 2023년의 겨울은 따뜻하고, 한심했다.

서툴렀지만 여러 도전을 했던 나의 과거들

기간제근로를 끝내고, 실업급여 신청을 하고 나니 2023년의 새해가 밝았다.

2023년 새해 목표는 딱 하나였다.

정규직 취업.

환경공학 전공을 살릴 수 있고, 수도권 근무만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느 정규직이든 취업하자.

딱 이렇게만 목표를 세워놓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감사하게도, 실업급여 수령 자격이 되었기에 나는 저번보다 마음 편하게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공부를 하면서 중간중간 채용공고를 살펴봤지만, 역시 1월의 채용시장은 딱히 뭐 없었다.


그저 공부만 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면서도, 나는 진로를 열심히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이 아니라 거의 방황에 가까웠지만.

"꼭 환경분야에 국한해서만 취업을 해야 하나? 이러다가 어디든 자리를 못 잡는 거 아닌가?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 화학으로 분야를 바꿀까?"

이렇게 일반적으로 취업준비생들이 할 만한 고민을 하다가, 일반적이지 않은 별다른 고민도 하게 되었다.

"그냥 기간제근로만 하면서 다른 부업을 준비하는 게 어떨까?

저번 센터에서 근무한 것처럼 근무시간에 자유시간이 많이 주어진다면, 기간제 월급으로 생활비를 해결하고, 더 필요한 돈은 부업으로 벌어보자!"


꽤나 솔깃한 생각이었다.

뭔가 현실 도피를 위한 자기합리화임은 어렴풋이 알았지만, 센터에서의 근무가 너무 달콤했던 것일까?

아니면 다시 읽기 시작한 독서와 생전 처음 해본 글쓰기가 늦바람이라도 불러일으킨 걸까?

나는 이 생각에 꽂혀 현실을 약간 도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이 소중한 시기에 본업인 "취업 준비"는 딱 죄책감이 들지 않을 만큼만 했다.

합격자들만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지만, 뭔가 불합격자들만큼 아예 안 하지는 않는 애매한 정도로 말이다.

보통 순공을 6~7시간 정도 한다고 치면, 이때의 나는 3시간 정도만 한 것 같다.


남는 시간엔 부업을 위해서 이것저것 책을 읽고 탐색하기 시작했다.

'독서를 좋아하고, 글쓰기에 이제 흥미가 붙었으니 블로그를 해보는 게 어떨까? 아니다 요즘 핫한 웹소설이라도 함 써볼까?'

생각을 거듭한 끝에, 웹소설과 블로그 둘 다 해보는 게 맞는 거 같았다.


그래서 관련 책을 사서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웹소설 작법서를 여러 권 읽어보면서, 유명한 소설들도 좀 읽었다. 판타지 관련 책을 좋아했던 나는 이쪽 분야를 중심으로 읽었다. 블로그 관련 책들도 여러 권 빌려서 한 번씩 훑어보고 독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자기계발서와 소설을 주로 다뤘는데, 20개 정도는 열심히 포스팅을 했었다.


웹소설을 읽고,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부업을 준비하던 그때의 모습은 열정이 넘쳤지만, 해야 할 공부도 안 하고 딴짓을 하는 모습은 불안정하기도 했다.

분명, 옆에서 다른 취업준비생 친구가 봤을 때는 되게 한심하게 보였을 거다.

하지만, 그때 내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첫 회사 계약직을 다니면서 사귀었던 친구들은 계속해서 다니고 있거나 다른 곳으로 이직해서 정신없을 시기였기에 이런 나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사실 있었어도, 이런 개인적인 사정까지는 말해주지 않았겠지만.

어쨌든, 나는 본업인 취업준비를 내팽개치고 부업인 웹소설과 블로그에 점점 시간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 시간도 그렇게 의미 있고 생산적인 시간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소설을 쓰거나 블로그 포스팅을 한 것이 아니라 그냥 "읽기"만 했기 때문이다.

웹소설을 그냥 읽기만 하고 자기계발서도 읽기만 했던 삶.

처음에는 쓰기보다 읽기밖에 할 수 없는 게 맞지만, 나는 아웃풋을 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인풋만 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그냥 책만 읽으면서 놀았다는 것이다.

웹소설을 읽다가, 결국 오락에도 빠져버려서 끊었던 게임도 다시 하면서 엉망진창으로 살았다.


그래도 최후의 양심으로, 하루에 공부를 2시간 정도는 꾸준히 했었다.

공공기관의 그 유명한 NCS 필기시험에 대한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고, 채용공고도 매일 수시로 확인했었다.

하지만, 내가 가고 싶은 기관은 아예 채용을 안 해서 지원할 데가 없었다.

그때, 가고 싶은 곳에서 채용을 시작했으면 이 한심한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나는 정말 최소한의 양심만 지키며 웹소설, 게임, 자기계발서, 유튜브 같은 것에 빠져버렸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버렸다. 분명, 이 시간은 따뜻하고 행복했던 시간은 맞다.

전쟁터인 사회로 나가지 않고 나의 안락한 자취방에서 놀기만 했으니.

기간제근로를 하며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긴 했지만,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깜냥은 안 되었으니 잠깐 뜸 들이는 시기였을 수도 있다. 청소년기처럼, 성장하는데 필요한 방황의 시기 말이다.


하지만, 좀 더 성숙한 청소년기를 보낼 수도 있었는데 나는 그러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부업, 즉 본업인 취업준비를 열심히 하고 남는 시간에 준비를 했어야 하며, 웹소설이나 블로그 관련 책을 읽기만 하지 말고 매일 일정 분량의 글을 썼어야만 했다. 단 한 줄이라도 말이다.

그렇게 2023년 2월 ~ 4월까지의 시간 동안 나는 이렇다 할 성과 없이 흐지부지 시간이 흘러버렸다.


자기계발서 리뷰를 올리던 블로그는 더 이상 할 의욕이 안 생겨서 폐쇄해 버렸고

웹소설도 실제로 써보려고 하니 매일 5000자 이상의 한 화를 연재할 자신이 없었기에 습작은 그대로 삭제해 버렸다. 삭제를 하고 나니, 내 소중한 시간도 한순간에 삭제된 기분이었다.

그렇게 2월부터 4월 말까지의 약 3개월은 한순간에 지나가버리고 따뜻한 봄날이 찾아왔다.

하지만 나에게는 차가운 현실이 내 방문을 두드렸다.




2022년 7월을 기점으로, 2023년 4월까지 별다른 경력이 없었다.

남들은 계약직이라도 경력을 쌓으면서 정규직이 되기 위한 밑바탕을 쌓았을 때, 나는 알바나 다름없는 기간제근로와 실업급여를 탔으니.


다시 일을 하면서 사회로 복귀하려 했지만, 환경 분야는 정말 아무 데도 지원할 곳이 없었다.

아직은 공공기관 쪽을 포기한 것도 아니었기에, 사기업을 쳐다도 안 봤었으니 선택지가 거의 없었다.

나는 결국 기간제근로를 또 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다행히, 구청에서 3개월짜리 단기계약직을 구하고 있었고 분야도 이전에 해봤던 농업이었어서 생활비는 다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환경 쪽 공공기관 채용이 뜰 때까지만 일단 버텨보고, 다시 한번 제대로 살아보자!'


많은 자격증과 짧게나마 있는 경력 등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넣으니 서류는 당연히 통과였고, 면접은 경쟁률이 5대 1로 높긴 했으나 무사히 뚫을 수 있었다.

2023년 5월에 나는 그렇게 구청 기간제근로를 시작하게 되면서 다시 사회로 복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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