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돌아가시고 한 4개월 정도 지났을 때부터 이상하게 등하고 허리가 너무 아팠다.
아니 목부터 허리까지 척추가 너무 아파서 앉아 있을 수 없었고 계속 누워 있어도 통증은 지속되었다.
나는 예전에 목 디스크가 파열된 적이 있고 거북목이라 뒷목과 어깨가 아픈 적은 있어도 등과 허리가 아팠던 적은 없었다.
마취통증의학과 의원에 갔고 X레이를 찍었는데 MRI를 찍어야 자세히 알 수 있지만 아마도 디스크가 신경을 누르고 있어서 그렇다고 하면서 일명 뼈주사라고 하는 신경 통증 주사를 등과 허리에 맞았다.
등에 맞을 때는 괜찮았는데 허리에 맞을 때는 부분 마치를 하고 들어간다. 뼈 속으로 들어가서 주사를 놓는 것이라 다리까지 찌릿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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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맞았을 때는 한 3~4일 정도는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시간이 흐르자 다시 아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씩 등과 허리에 신경 통증 주사를 맞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맞는 주사 값이 12만원이나 됐고 한 달 주사 값 만으로 거의 50~60만원이었다. 심할 경우에는 일주일 두 번 맞을 때도 많아서 거의 백만원이 나올 때도 있었다.
그러나 워낙 통증이 커서 비용이 부담되더라도 꾸준히 맞아서 회복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어느 정도로 심각했냐면 위에 말했듯이 아예 앉아 있을 수 없을 정도였고 일상생활이 전혀 되지 않았다. 하루 종일 그리고 매일 통증에 시달려야만 했다.
단 5분을 앉아 있어도 통증이 너무 심하다고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이럴 때에는 차라리 누워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근데 아무리 맞아도 좋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병원도 여러 군데 옮겨보고 정형외과에 찾아가기도 하고 물리치료도 받아보았으며 도수치료도 해 보았다.
그렇게 하다 보니 누워 지낸지 벌써 8개월이나 흘러갔다.
그동안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디스크로 인한 것이겠지 싶어서 통증 주사를 몇 번 맞으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언젠가는 낫겠지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신경 통증 주사 및 프롤로 주사를 8개월 동안 맞고 있었는데 마취통증의학과의원에서는 디스크가 매우 심한 사람도 몇 번 맞으면 효과를 보고 어떤 환자는 딱 한번 주사를 맞고도 괜찮아지는데 내 척추 상태에 비해 효과도 없고 이 정도로 아프지 않다며 어떻게 치료 방안을 마련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규모가 큰 대학병원을 찾아가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치료했던 내용들을 설명 해 드렸다.
일단은 MRI를 찍어 보자고 하셨다.
MRI결과가 나와서 다시 진료실로 들어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라고 하시길래 무슨 문제가 있나 싶어 놀랬는데 척추 5~6번에 추간판 탈출이 약간 있기는 한데 거의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척추 질환은 고질병이어서 쉽게 낫지 않은데 차라리 아픈 원인을 찾으면 그 원인에 대해 치료가 이루어져서 나아질 수 있으나 나처럼 큰 이상이 없는 반면에 고통을 크게 호소하는 환자들 같은 경우에는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치료가 늦어진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미 다양한 방법을 써 봤는데도 좋아지지 않고 있고 신경주사와 프롤로 주사를 8개월 씩이나 맞았으면 충분히 낫고도 남은 시간이었는데 이런 경우는 과격한 운동 말고 걷기 운동을 통해 근육을 강화시키고 약물 치료를 하는 수 밖에 없다고 하셨다.
근데 이미 진통제는 진작부터 먹고 있었고 통증이 심해서 못 견딜 것 같다며 내가 치료 받지 않았던 주사를 맞아 보면 어떻겠냐고 말씀드렸다.
그 이후로도 근육 주사 등등 주사를 맞았는데 오히려 하루도 못 가고 통증이 바로 또 다시 시작되었다.
그리고 오히려 통증은 처음보다 더 심해지고 있었다.
심할 때는 두통, 목과 어깨 그리고 등, 허리에서 엉덩이까지 통증이 심했고 발도 많이 저렸다.
그러니까 온 몸이 아픈 상태가 되었다.
여러 군데의 큰 병원에 가서 이런 저런 검사를 받고 여러 가지 치료를 한 결과 나의 진단명을 찾았는데 바로 ‘섬유근육통’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섬유근육통이란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뇌에서 이상 통증을 일으키는 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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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상 통증을 일으키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을 약물로 통해 섭취하는 약물치료를 해야 하는 병이라고 한다.
큰 스트레스나 충격을 받게 되면 이 병에 걸리게 되는 경우가 꽤 있고 약물치료에만 의지하지 말고 휴식을 취하면서 자신이 흥미롭고 재밌어 하는 것을 하면 스트레스가 줄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처음 들어 보는 병이었고 무엇보다 뇌에서 이상 통증을 느낀다고 하지만 근육이 아닌 뼈가 아플 수도 있냐고 되물었다.
그러니까 직장인들이 피로감이 쌓이거나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뒷목이 땡기고 어깨가 아픈 경우와 비슷하다.
다만 일시적으로 통증이 있다가 바로 사라지면 괜찮은데 나처럼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또한 많은 치료법을 시도하고 나서도 계속해서 그것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면 섬유근육통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여기 저기 아픈 곳은 많은데 몸에 이상이 없었던 20대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고 유럽 배낭 여행을 떠났는데 여행을 하는 동안 지독히 자기 자신을 괴롭혔던 통증이 싹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니까 자기 치유가 되는 그런 병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대학 병원을 찾아가 상담을 했다.
아빠의 죽음으로 인해 충격 급성 스트레스 장애와 관련되어 섬유근육통이 함께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남은 그 자리에서 각자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아빠를 추억할 때 항상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던 아빠여서 비슷한 체격에 비슷한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 아빠가 아닌가 싶어 뒤돌아보는 등 더 이상 볼 수 없는 아빠를 보내 드리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섬유근육통이 찾아 왔을 때 난 벌을 받아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아빠를 미워하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죄책감이 컸던 것 같다.
아무튼 정신적 충격에 의해 섬유근육통이라는 진단을 받기까지 나는 1년 반의 시간을 허비했다.
처음부터 이런 병이 있다는 것을 알고 큰 병원에서 빨리 치료를 했으면 더 좋아졌을 텐데 그동안 오히려 병을 키우고 시간과 돈만 허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섬유근육통이라는 병은 팝스타 레이디 가가도 앓고 있는 병으로 레이디 가가로 인해 더욱 알려진 병이기도 하다.
레이디 가가는 다큐멘터리 ‘레이디 가가: 155cm의 도발’을 통해 오랜 기간 온몸에 만성통증을 유발하는 섬유근육통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레이디 가가는 과거 성폭행을 당했는데 성폭행 이후 병원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섬유근육통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나의 경우도 그렇고 섬유근육통은 정신적 충격 및 스트레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섬유근육통이란 만성적으로 전신의 근골격계 통증, 뻣뻣함, 감각 이상, 수면 장애, 피로감을 일으키는 통증 증후군이다. 섬유근육통은 소리 없이 서서히 또는 갑자기 발병한다.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계속 통증을 호소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꾀병이라면서 그까짓 통증을 왜 이겨내지 못하냐는 말을 들으면 이 병이 주는 고통이 상당한데 자신의 통증을 알아주지 않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래서 레이디가가는 “나는 이 병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같은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 연결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고 말한 적이 있다.
사람의 신체라는 게 참 신기한 것 같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면 정신적으로도 이상 반응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신체적 반응으로도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1년 동안은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기만 했던 것 같다.
보통 섬유근육통 약을 먹고 사람에 따라 효과가 달리 나타나는데 보통 1~3개월이 지난 후에 나타난다고 한다.
우선 약을 복용하고 물리치료도 도움이 된다고 해서 한의원에 매일 가서 물리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통증은 매일 24시간 나를 괴롭혔다.
그리고 통증의 정도는 매일 달랐다.
그리고 괜찮았다가도 신체적으로 무리를 한다거나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증상이 악화되어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난치병이다.
평생 통증을 관리해야 하며 자가면역질환에 속하는 병이라 꾸준한 운동과 면역력이 필요하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면 괜찮아진다고 하는데 이 고통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병이다.
이렇게 계속해서 누워 있을 수 없어서 앉아 있는 연습을 했는데 자세를 똑바로 세우고 앉으면 2~3시간 정도는 앉아 있을 수 있었으나 통증이 더 심해져서 다시 누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하도 파스를 많이 붙여서 등과 허리는 온통 검은색으로 피부 변색이 되었다.
앉아 있지도 못 할 때 할 수 있는 것은 TV를 보거나 통증이 많이 줄어들었을 때에는 책을 읽고는 했지만 통증이 많이 심해지면 글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 병으로 인해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아 살도 많이 찌게 돼서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했다.
이렇게 통증이 계속되나보니 강사로서 재기하는 시기도 계속 늦어지고 있고 매일 통증에 시달리며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통증이 매우 심해질 때면 먹으라고 병원에서 의존이 되지 않는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해 주었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섬유근육통 환자들은 생리통도 심해지는데 평소에도 나는 생리통이 심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섬유근육통으로 인해 생리통은 참을 수 없을 만큼 심해져서 내과에서 진통제 혈관 주사를 맞아야 했다.
제발 내가 일상생활이라도 할 수 있게 이 병에서 빨리 벗어나게 해 달라고 빌었다.
그리고 너무 속상할 때는 혼자 울었다.
왜 내 인생은 이렇게 나의 발목을 계속 잡고 날 놓아주지 않는지 내가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다고 한 사람에게 이렇게 많은 시련을 주는지 정말 해도 너무 한다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건강이 최고다 라는 말이 진리다 싶었다.
다시 아프지 않을 때로 돌아간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엄마도 40대 때 나와 비슷한 증상으로 한의원도 다녀 보고 여러 대학 병원을 다니며 검사를 했지만 이상이 없었다.
그래서 엄마는 오래 앉아 있기 힘들어 했고 자주 몸을 비틀면서 아픈 것을 견디려고 했다.
또 많이 아픈 날에는 잠도 못 잘 정도였다.
그 때는 아빠가 한참 알콜 중독이 심해지고 매우 폭력적일 때 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로 인한 스트레스와 생계를 책임져야만 했기에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힘든 육체 노동을 해서 엄마에게도 섬유 근육통이 왔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그 통증은 없어지지 않고 있고 그냥 엄마는 통증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딸이 엄마 팔자 닮는다고 내가 엄마 나이가 되자 엄마랑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고 결국에는 무서운 섬유근육통 진단을 받았다고 생각하자 우리 모녀의 삶은 심리적 아픔과 더불어 육체적 고통까지도 짊어져야 할 팔자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 이렇게 누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누워 있어도 아프기 때문에 차라리 다른 일에 집중해서 통증을 잊는 것이 더 괜찮을 것 같았다.
또한 언젠가는 이 병 또한 내 삶에서 사라지는 날이 올 거라고 믿기로 했다.
아니 그건 바라지도 않고 조금이라도 그리고 천천히 고통을 줄여 줬으면 한다.
정말 육체와 정신이 너무 고통스러우니 제발 그만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