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양 Mar 16. 2024

10년차 용기가 필요한 나에게

 

간호사 10년차 퇴사를 생각했었다.

 퇴사를 하려했던 이유는 건강악화, 무력감(변하지 않는 병원 조직의), 받아들임(변하지 않으니 내가 변해서 나가야겠다) 순이었다.

 갑자기 궁금증에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10년차’라고 검색을 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퇴사, 은퇴?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 놀랐다.


 그래서 한 분 한 분 블로그에 대화를 통해 부탁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은 소중한 글들을 담아보았다.




 무언가 일이 진행되는 것 자체가 신나기도 해서 머무르다 보니 나이는 30대 중후반이 되었다. 보수적인 조직의 의사결정자들의 인성과 실력은 점점 퇴 보하는 느낌이었으며, 비효율적인 보고 업무만 늘어났다. ‘조직 자정 작용이 완전히 망가진 것 같다’


 10년동안 나는 적응을 해가면서 계속해서 이 사회를 걷돌고 있었다. 이제는 퇴사를 해도 딱히 할 것도 없는 나이가 왔고, 무엇보다 올해 뜬금없이 승진을 하는 바람에 자리에 욕심이 조금 생기기도 했다. 이제 과연 뭘하면서 어떤생각으로 무슨 목적을 가지 고 회사를 다녀와야할지 생각만 많아지고 행동은 섣불리 할 수 없는 그런 나이에 다다랐다.

 

 은퇴 retirement 단어에는 타이어를 갈아 낀 다는 의미가 있단다. 타이어를 갈아 끼우는 이유는 다시 달리기 위함. 사실 그동안 은퇴라는 단어의 느낌이 사회생활의 끝, 노년의 휴식 시작, 그런 의미로 생각했었는데 사십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 은퇴의 의미는 마치 ‘새로운 시작’이라는 단어로 들렸다.


 언젠가 우리 모두 반드시 이곳을 떠나게 될것입니다. 자신의 의지로 사회에 복귀하며 성공적으로 졸업할 수도, 중도에 포기하더나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생길 수도 있겠지요. 이 작지만 안전한 사회속에서 되도록 많은 경험을 하고 가기를 바랍니다. 들이대보기도 하고 거절도 당해보고 또 받아들여지기도 해보며 어울리고 함께 한다는 그 느낌을 가져보고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매우 큰 용기와 에너지가 필요하겠지만, 우리를 가장 발전하게 해주는 사건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1년을 더해 10년을 해도 내 수준은 여전히 제자리일 것 같은거지. 10년을 하면 뭔가 엄청 쌓여있을 줄 알았는데. 그 쌓인다는 대상은 업무지식이나 전체를 바라보는 통찰같은 거였는데 막상 쌓인건 위기모면 요령과 처세인 것 같다.


 10년차, 과장, 중간관리자라고 하면 업무 능력이 극에 달하며, 후배들을 잘 통솔하고, 간부에게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전문가적 느낌인데 현실의 나는 쭈.구.리. 10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나의 수준은 멈춰있음.




 10년차 사람들에게는 모두 공통되는 이야기가 있었다.

 어딘가에서 리더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 중간관리자를 하는 사람들, 발언하는 사람들. 블로그 이웃님들의 이야기를 내 삶에 투영해 보니 내 퇴사 이유는 발언하는게 지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변화를 추구하는데 에너지를 더 낼 수 없어 다른 일을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 스스로를 연민했다.

 그렇게 여러 생각 끝에 어짜피 언젠가는 여길 떠나겠지만 이 조직에서 내가 해볼 수 있는걸 다 해보면 내 삶에 엄청난 교훈?같은걸 얻게 될거고 그럼 나는 발전하겠지! 안 해봤던 걸 해 보자!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14년차 간호사로, 중환자실간호사에서 장기이식코디네이터에서 치과외래간호사 에서 VIP병동간호사로 네 번 옷을 바꿔 입었다. 그리고 여전히 공부하고 있다.

 어제보다 더 나은 간호사가 되기 위해.

이전 09화 따스한 날개가 닿을 수만 있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