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 년이 조금 넘는 나라 미국 내의 서양인들이 정착한 지 4백여 년이 된 도시 뉴욕은 지난 백오십여 년간 눈부신 발전을 통해 세계 경제, 문화, 예술의 중심지로 발전했습니다.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명소에 비해 역사가 일천할 수밖에 없는 이 도시에는 그런데 수천 년의 인류 역사를 보여주는 문화재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세계 최강대국의 반열에 오른 미국의 실력자들과 부호들이 인류 문화유산들을 열심히 모았기 때문입니다. 이 문화재들을 통해 세계를 호령했던 제국의 역사와 세계 최고의 강대국으로 성장한 미국의 원동력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미인의 아름다움이 십 년을 가고, 절대군주의 권력이 수십 년을 넘지 못하며, 제국의 영화가 수백 년 만에 쇠락한다면, 수천 년의 세월을 묵묵히 버티는 것은 석조 문화재 밖에 없습니다. 뉴욕에서 감히 수천 년의 세계 역사를 논하기 위해 이곳의 석조 및 청동 문화재를 하나씩 짚어가며 그 뒤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사천 년 가까이 된 이집트 오벨리스크 이야기부터 해서, 이집트인에게서 영향을 받은 그리스 석상, 그리스의 헬레니즘의 영향을 받은 한국의 불상, 그리스 문명을 이어받은 로마 예술, 로마의 예술을 다시 부흥한다며 일어난 르네상스 미술, 그리고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열심히 벤치마킹 하며 세운 미국의 주요 건축과 조각상들을 둘러보겠습니다. 그리고 미국 성장의 원동력이 된 자유주의와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뉴욕의 예술작품 이야기도 곁들이겠습니다.
삼십 년 전 미술에 대한 별 소양 없이 이곳에 정착했습니다만 뉴욕이 제공하는 문화적 양분 덕에 어느덧 미술 애호가가 되었습니다. 서당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는데, 삼십 년간의 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