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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연 May 08. 2024

커피향 속 공백

시poem


바라봐 주지 않듯이
너는 나를 찾지 않는다

커피 안 갈색 물결 속
어두운 나의 얼굴이 비춰지고

이내 너는 뜨거워 도망치는
찻잔 위 새어나간 아지랑이 같다

형체를 알 수 없는 너는
때로는 달콤했고
때로는 차가웠으며
지금은 미지근한
입맞춤이 되었다

너는 오지 않는다
애태워 찾아봐도
가게 안 손님들만 무수히 많아지고...

감내할 수 있는 것이라곤
오직 커피 한잔뿐...

한 방울도 새어 나올 틈 없이
억지 쓰듯
꾸역꾸역... 들이킨다

모조리 마셔서 새하얀 공백을 만들어야지
그 안의 깊은 슬픔이 묻어 나오지 않게...

하지만
나의 가슴은
이미 까맣게 타들어가
빈틈없는 멍자국이 되었다

찻잔 아래 남겨진
갈색 커피 자욱이
나의 눈에 가득 들어와
미련한 마음 한켠을 즈려밟는다

결국

상처로
가득 찬

커피 향기 속

그의 공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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