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잔을 비울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이제 그래프보다 향기를 먼저 맡는다.
시장의 방향보다 마음의 결을 먼저 읽고,
수익률보다 침묵의 온도를 먼저 느낀다.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그저 잔을 돌리며 향을 잃지 않으려 했다.
스월링의 궤적 속에서 나는 감정을 회복했고,
그 향기 속에서 오래 전의 나를 다시 만났다.
투자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돈의 움직임이 아니라,
감정의 궤적이었고 존재의 기록이었다.
차트가 시간의 흐름이었다면
와인 향은 나의 내면을 보여주었다.
투자는 결국 시간을 마시는 기술,
삶을 자각하는 느림의 리듬이었다.
처음 나는 수익을 좇았다.
그다음엔 잃은 것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마지막엔 나 자신을 회복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병의 와인을 열 듯
나는 조용히 계좌를 들여다보았다.
그곳에서 나는 숫자가 아니라,
감정의 파동을 읽는 법을 배웠다.
손실은 나를 가난하게 한 것이 아니라,
나를 더 깊이 있게 만들었다.
투자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였다.
살아 있는 언어, 움직이는 존재,
그리고 스스로를 증류하는 행위였다.
수치는 감정의 또 다른 문법이었고
그 곡선 위에 남은 것은 결국 나의 리듬이었다.
나는 사고, 팔고, 기다리며
내 안의 진심을 숙성시켰다.
그리고 그 모든 시간마다
나는 잔을 스월링 했다.
이제는 잔을 채우려 하지 않는다.
비워질 때 남는 향,
그 여운이 나를 더 기쁘게 한다.
좋은 와인은 마신 후가 더 아름답고
좋은 삶도 그와 다르지 않다.
나는 너무 많은 잔을 급히 들이켰고,
너무 많은 기회를 피니쉬 없이 흘려보냈다.
그러나 이제 안다.
성숙이란, 더 많이 가지는 일이 아니라
덜어내는 기술이다.
잔을 돌릴 줄 아는 사람은 많지만,
비울 줄 아는 이는 드물다.
‘투자 스월링’이란 결국,
삶을 음미하는 철학이다.
수익의 표면보다 감정의 깊이를,
속도의 쾌감보다 시간의 질서를 믿는 태도.
나는 이제 빠른 상승보다 느린 익음을 사랑한다.
지금, 나는 잔을 비운다.
남은 향기로 오늘을 마신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의 마지막 한 문장을 써야 할 때,
그때 잔을 천천히 스월링 하시라.
그 향안에 당신의 시간과 당신의 투자와
당신의 인생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