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텃밭의 마무리는 비닐작업
봄부터 가열하게 달려온 텃밭 일정이다.
작물이 이것저것인 탓에 일에 쉼이 없었다.
냉이 캐고, 달래 캐고, 마늘종 뽑고, 고구마줄기 끊고, 옥수수 꺾어 먹고, 배추 심고, 무 심고, 감자 캐고, 고구마 캐고, 마늘 뽑고, 양파 뽑고 중간중간 잊지 않고 잡초제거 하기.
이 모든 일정의 시작마다 흙을 갈고, 고랑을 만들고, 비닐을 씌우고 흙을 덮고의 반복이었다. 새로 시작할 때마다 비닐을 제거해줘야 하는 것도 당연지사.
양파와 마늘은 월동을 할 수 있는 작물이라 비닐을 덮어서 미니 하우스처럼 만들어 주는데 그 작업이 우리 텃밭 한 해 농사의 마무리 작업이다.
비닐에서 시작해서 비닐로 끝나는 농업이니 약 안 하고 내가 먹을 거 하는 텃밭농사지만 마음만큼 친환경적이기는 정말 너무나도 어렵다.
재작년에는 비닐지원사업을 신청해서 생분해비닐로 작업했는데 이것이 지원을 받아도 일반 비닐의 2 배 값을 지출해야 했다. 실제로는 일반비닐의 3배 가격인 셈이고 지원은 1/3이니 그래도 우리 먹는 거 심겠다는 텃밭에 돈 주고 사 먹는 것의 몇 배가 넘는 비용을 써야 한다. 사 먹는 것은 심어 먹는 것에 비해 가격도 매력적이고 일단 노동의 품이 들지 않는데 친환경비닐로 내가 직접 심어서 먹으려면 돈도 몇 배로 들고 품도 몇십 배로 든다. 여하튼 나의 텃밭은 수지타산이 전혀 맞지 않는다. 그저 먹거리의 일부를 자급자족 한다는 것에 대한 자긍심 하나를 건질 수 있다. 때마다 일거리가 지천이니 아이들이 굳이 고구마 캐기 체험, 감자 캐기 체험을 가지 않고 자연적으로 모든 일에 참여한다. 집안 어르신들은 아이들이 밭일하는 걸 걱정하시기도 하는데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집중력이라는 게 어른처럼 힘들어도, 해야 하니 한다의 수준은 아니고 살짝 재미있을 정도만 하는 거라 아이들이 직접 농산물을 만지는 것에도 부모로서의 뿌듯함을 장점으로 하나 추가한다. 아이들이 반찬을 먹을 때마다 우리 거야?라고 묻는 건 본인들도 농사의 주체가(?) 되었으므로 확인하는 것일 테다.
내년엔 내년의 일거리가 기다리고 있을 텃밭을 둘러보며 나는 언제까지 이 텃밭을 관리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생전 화분하나 가꿔보지 않고 꽃 구근 하나 심어본 적 없던 내가 갑자기 농업경영인이 되어서 주변에 나눠줄 만큼의 소출은 거두고 있으니 사람일이라는 건 참 알 수 없는 일이구나 싶다. 그러니 뭐 언제까지 할지 가늠하랴 하는 만큼 하는 거지.
아 텃밭농사의 최대 장점은 뭐니 뭐니 필요 없고 딱 하나. 나눠먹기 딱 좋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