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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자와 결정권자는 다르다.

명절을 준비하며.

by 민들레 Jan 22. 2025

이제 결혼 12년이 넘어가는 며느리다.

서열로는 막내며느리이면서  돌아가신 아주버님이 계시다 보니 차례를 넘겨받았다.

음식을 잘하는 것도 아니지만. 아버님이 올라오시든 우리가 내려가든 가장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건 나와 어머님이다.

우리 집에서 하게 될 때는 나의 일 (식사준비, 차례준비, 청소)가 오롯이 내 몫이고 아버님댁으로 가야 할 때는 거기에 더해서 왕복 10시간 넘게 운전을 교대하는 일까지 신랑과 나누어야 한다. 식사준비는 어머님의 몫이 되겠다.

해서 일을 하는 건 어머님과 나인데 우린 그저 일을 하는 실무자일 뿐 결정권은 신랑과 아버님께 있다.

차례를 넘겨주시면서 역귀성을 해 주시던 아버님의 무릎관절 수술로 이번엔 올라가지 않을 테니 너희들이 그냥 차례를 지내라고 아버님이 말씀해 주셨다.

하지만 막상 시부모님은 본가에 계시고 이곳에서 차례를 지낸다는 것이 마음이 불편했던 신랑은 명절 앞뒤로 해서 장거리 이동을 결정했다.


아버님께 명절전날 우리가 내려가겠다고 말씀드리니  

"아이고 내려오면 번잡한데 우리가 올라가마"하신다.

너무나도 싱겁게 다시 역귀향이 결정되었다. 부랴부랴 srt를 알아보는데 감사하게 오고 가는 티켓을 모두 구했다.

신랑이 아버님과 통화한 거라 나는 내일쯤 다시 어머님께 전화를 드려야 한다.

결정권자들이 결정을 내려주셨으니 실무자들의 조율이 필요한 것이다.

뭔가 허망하고 답답한 것은... 며느리라서가 아니라 실무자의 한탄일 것이다.

명절의 며느리만 그런가 어느 일이나 결정권자와 실무자의 입장이란 늘 다른 것이다.

목표치를 제시해야 하는 결정권자와 야근으로 몸을 갈아가며 목표치를 달성해야 하는 실무자의 입장이란 다를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아버님도 신랑도 집안 경제를 오롯이 부담하고 있으니  부담감과 압박감은 다르겠지.

아버님의 못 오신다는 이야기 이후 신랑과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고민했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뭔가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들뿐이다. 

결론적으론 역귀향을 해 주시니 나의 부담이 줄어드는 건 사실이고 이번 명절도 잘 보내도록 준비해야지.

내일 어머님께 전화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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