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KE UP2

신랑 입장

by MAMA

그의 피부는 창백했다. 연예인이 아니고서야 30대 남자가 갖기 힘든 투명할 정도로 하얀 피부였지만 푸석푸석해 보였고, 깡마른 그의 체형에 걸쳐진 옷들은 주인을 잘못 만나듯 겉돌았다. 소매 단은 새끼손가락 한 마디만큼 늘 늘어져 있었고 바지는 헛돌았다. 그래도 신경 써서 옷을 골라 입은 것 같았지만 살집이라고는 그 어디에도 없는 볼품없는 몸때문인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련함을 자아냈다. 코 끝에 자리잡지 못하고 내려와 있는 둥그런 은테 안경은 그를 더 까칠하게 보이게 했다. 초췌한 얼굴에 말리지 못한 구불거리는 머리로 아침마다 정각에 등장했던 그는 내게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그는 나의 상사였다. 남편보다도 여덟 살이나 어린 후배였지만 사장님이었다.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회사를 열었고, 남편에게 내가 행정 사무 및 기타 잡무를 봐주었으면 한다고 직원자리를 부탁했다. 난 내키지 않았었다. 당시 경단녀로 산 지가 십여 년이고 행정이나 경리 역할이라면 능숙해야 할 액셀 프로그램은 내게 너무 먼 당신이었다. 남편은 부탁받은 걸 거절하지 못하고 재차 내게 부탁했다. 시간도 오전 근무만 하면 되는 것이어서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고, 그 후배의 성격상 내게 무리한 업무를 안겨 줄 것 같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게는 부담되는 자리였다. 인사는 하고 지냈지만, 남편과 친했지 나와는 말 몇 마디 해 본 것뿐이었고 근무를 하게 되면 그 후배와 나만 사무실을 써야 하는데 어색할 것도 같았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도 남편은 그 후배에게 긍휼을 베풀어 달라고 애원했다.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남편 후배로 식사 자리 몇 번 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난 그가 무척 어려워졌다. 그래도 그를 아끼고 사정을 딱하게 여기던 남편 얼굴에 먹칠하고 싶지 않아 시키는 것이면 무엇이든 최선을 다했고, 불편할 것만 같았던 상사와 단 둘의 점심 식사 자리도 즐거이 임했다. 덕분에 근무 중 나누는 대화에는 공적이든 사적이든 진심이 어렸고 그로 인해 그에 관한 무거운 사정들을 알게 되었다. 신장을 투석하시는 아버지를 모시는 일, 온몸에 입은 화상과 그로 인한 몇 차례의 수술, 뜨거운 물이 잘 나오지 않는 오래된 빌라에 사는 어려운 형편 등등. 내 전문이 누군가에게 희망고문일지라도 헛된 꿈일지라도 소망을 심어주는 일이었으니 이러한 딱한 청년을 그저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를 어떻게든 돕고 싶었다. 정신적으로든 업무적으로든.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첫 번째 기회가 온 듯했다. 그에게는 그보다 앞서 결혼한 남동생이 있었다. 그 남동생이 청약을 넣어 당첨된 아파트 분양권이 마침 나와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사실, 엄두도 내고 있지 못했다. 그때 나도 한창 닥치는 대로 청약을 넣고 있었던 때였다. 어떻게든 월세 집을 탈출하고 싶어 경제 서적을 수십 권 읽고 돈에 무지하면 가난해지는 현실을 벗어나고자 용을 쓰는 중이었다. 나는 내가 공부하고 읽었던 정보들을 공유하면서 부동산을 사고파는 것에 대해 알려 주었고, 그 분양권을 사도록 적극 권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어찌 되었든 월급쟁이로는 벌 수 없었던 목돈이 생겼고 그 돈은 그 분양권을 사고 아파트 잔금을 치르는데 용이하게 쓰였다.



그에게 두 번째 기회가 왔다. 이 기회는 그를 낡은 빌라로부터 탈출시켜주는 기회가 아니라 그가 오래도록 갖고 있던 자격지심과 어둠에서 탈출시켜 주는 기회였다. 그가 어릴 때 입었던 전신 화상과 왜소한 체격으로 인해 학창 시절과 사회생활에서 늘 도태되고 무시당했던 많은 설움이 그를 늘 붙잡아 당겼다. 그래서 그런지 그에게는 벌컥벌컥 화를 잘 내는 치명적인 단점이자 약점이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분노조절 장애라 부르지만 그러기에는 그 정도가 심하지는 않으나 옆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으로 불쾌한 적이 꽤나 자주 있었다. 어느 날, 나는 교회에 나가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거절을 당하리라 내심 포기하고 있었지만 그날, 그는 선뜻 그러겠다고 대답했고 바로 그 주일에 교회에서 같이 예배를 드렸다. 다음 날, 나는 고마운 마음에 성경책을 선물해 주었고, 그는 시간이 날 때면 주일에 계속 교회를 나갔다고 했다.



1년 후, 회사는 코로나 여파로 급작스레 문을 닫았다. 그 후, 나는 남편을 통해 가끔 그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연봉을 높여 꽤 좋은 직장에 입사했고, 신장을 매일 투석하셨던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그 후, 그는 어머니를 모시고 새 아파트로 이사를 했고, 무엇보다도 반가웠던 소식은 집 근처 교회를 계속 나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남편을 통해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주었고, 우리가 이사를 온 후, 인사를 온다면서 집에 왔을 때 그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교회 청년부 회장으로 활동을 하고 있고, 교회를 열심히 다니는 여자 친구도 생겼다고 했다. 그가 생각 날 때마다 그에게 돕는 베필을 달라 기도했는데 응답을 받은 것 같았다. 그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고, 눈빛이 빛났으며 생기가 돌았다. 그는 내게 사도행전을 읽고 있는데 정말 주님의 역사하심이 놀랍다고 전했다. 그와 말씀에 대해 깊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그야말로 그 순간이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그가 집으로 돌아간 후, 남편은 내게 사람하나 살렸다고 말한 것을 보면 그의 변화는 기적에 가까웠다.



2025년 10월 11일. 3시 30분. 신랑 입장.



남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내 눈에서도 눈물이 핑 돌았다. 결혼식 사회를 맡게 된 남편이 우렁찬 목소리로 신랑 입장을 외치자 해 같이 밝고 씩씩한 모습으로 그가 행진했다. 그는 자신감이 넘쳤고, 하객들의 환호가 식장에 가득 찼다. 늘 어딘가 한 켠에 우울함과 어두움이 지배했던 그늘은 온 데 간 데 사라졌고, 그의 걸음은 힘이 넘쳤다. 신랑과 신부가 섬기는 교회에서 담임목사님들이 오셔서 주례를 해주시고 축도를 해주셨다. 그가 섬기는 교회의 청년부 청년들이 참석해서 그를 응원해 주었고, 식장에는 부부를 축복하는 양가의 교회 교인들의 기도로 하나님의 은혜가 가득했다.



그에게 성경책을 전해 주었던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를 변화시킨 건 이름 있는 번듯한 새 아파트도 아니고 내가 전해준 성경책 때문도 아니다. 그를 만져주시고 치유해 주신 분은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시다. 그를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시고 세상 그 어떤 이보다 존귀하게 만드신 분을 그는 깨달은 것뿐이었고, 그 놀라운 사랑을 통해 세상을 이기는 법을 터득했기 때문이었다.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


하나님은 오늘도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이 주께 돌아오길 기다리신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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