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ning Diary

6화 2026년 가벼운 목표

by MAMA

2026-01-03

1h06m

10.61km

6'14"

516kcal


눈을 떴다. 오전 8시 반.

매서운 추위로 한 해가 시작되었다.

영하 11도.

나이가 드니 두꺼운 옷이 거추장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장터나 전통시장을 가면 털조끼에 털신을 신고 누빔바지를 입은 할머니들을 볼 수 있다. 연세가 있으심에도 불구하고 옷을 두텁게 입지 않음에 걱정이 되었었다. 그러나 그 모습에 점점 닿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패딩이 무겁게 느껴졌다. 땀 흡수를 위해 반팔 면 티셔츠를 입고, 보온을 위해 후드 집업을 입고는 패딩 조끼를 걸쳤다. 예전의 나였다면 이토록 얇은 옷차림으로 결코, 영하의 날씨에 밖을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난 달라졌다. 확실히


코가 뚫렸다.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다. 추워야 도통 익숙해지지 않는 미세먼지도 종적을 감춘다. 시린 파란 하늘에 햇빛은 참으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금세 볼이 얼얼해졌다. 다행히 장갑을 끼고 나와 손은 시렵지 않았다. 입술과 볼이 째질 것만 같았다. 피부 건강을 위해서라도 넥 워머라도 두르고 나와야 하지만 이 역시도 거추장스럽다. 옷 안으로 스며드는 차가운 기운에 뛰기 시작했다.


달렸다. 영하의 날씨 탓에 체온이 떨어지면서 체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두 주먹 불끈 쥐고 쉬지 않고 5km를 내리 달렸다. 예전의 나는 뛰면서도 끊임없이 언제 멈출까 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쉬도 없이 작동대는 생각의 브레이크도 거추장스러워졌다. 달릴 때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추우니까 더더욱 생각이란 것을 할 수가 없었다. 여름, 가을 철 오고 가면서 나와 같은 동네 러너들을 볼 수 있었지만 영하 11도에 달리는 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간헐적으로 보이는 동네 러너들과 나 사이 그 어떤 관계의 이어짐은 없으나 달리는 것만으로도 괜히 아는 기분이 들었다. 오늘따라 아무도 보이지 않음에 외로워 속도를 더 내보았다. 인적조차 없는 공원을 지나, 서리 내린 거리를 지나, 봄을 기다리는 밭두렁을 지나, 주인 바뀌고 기름 값 비싸진 주유소를 지나, 까마귀 떼들이 머무는 논을 지나, 지루한 2km 남짓 직선 코스를 지나, 어느덧 아파트 단지에 들어섰다.


집에 들어가기 싫었다. 성에 차지 않았다. 이제 몸이 풀렸는데....

얼어 터져 버릴 것 같은 피부 때문에 헬스 장으로 향했고, 다시, 달렸다. 45분을 달렸다.

10km를 돌파했다. 괜찮았다.


올해 목표는 가볍게 하프마라톤.

수요일 연재
이전 05화Running Di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