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ning Diary

8화 분노에서 물러서는 방법

by MAMA

2026-01-20

11581보

129분

371kcal

2026-01-21

7016보

51분

274kcal

44:03

3.74km

7'09"

214kcal


기록이 제 멋대로이지만 꾸준히 걷고 뛰고 있다. 회사 업무가 폭증하고 있다. 연초에 모두가 바뻐지기 시작할 때이지만 누구는 죽는다 앓는 소리를 할 때에 다행히도 몸 담고 있는 회사는 매출이 증가되고 있다. 덕분에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2주가 지난 지금껏 하루 꼬박 8천보 이상에서 만보를 걸으면서 일하고 있다. 집에 오면 액젓에 잘 절구어진 파김치가 되지만 월급이 제때 나오지 않을까봐 걱정하는 것보다야 훨씬 낫다 싶다. 이렇게 일하다 과로사로 죽겠구나 싶기도 할 정도이지만 3층 자재실 현황을 아래층 직원들은 알 턱이 없다. 점심 시간에 볼 멘 소리로 이러쿵 저러쿵 하소연 해봐야 내 입만 아프다. 그러니 내 푸념을 들어 줄 이는 남편과 아이들뿐이다.


어제는 홀로 3층에서 일하는 것도 소외감 들일이 많은데 어처구니 없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며칠 전 물품을 납품하시는 기사님이 생일이었다. 어제 퇴근하려고 3층에서 2층으로 내려왔는데 웬 기프트 카드를 들고 자랑을 하고 계셨다. 무슨 일이냐 물어봤더니 회사에서 생일 선물 받은 거라고 하셨다. 우리 회사가 생일도 챙겨주냐면서 나도 1월 첫째주 생일이었는데 난 작년에도 올해도 못 받았다고 얘기하니까 왜 못 받았냐고 다들 황당해 했다. 사실, 약간의 비웃음거리가 된 듯한 기분에 더 속이 상했다.


그러고보니 제작년 10월에 입사해서 2월 설 상여금도 받지 못했고, 추석 상여금조차 연휴가 끝나고 받았다. 이쯤 되고 보니 회사가 일부러 나만 빼놓았나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퇴근 길 내내 분이 치밀어 올랐다. 당장 사장을 찾아가 볼까 했지만 참았다. 곰곰히 생각해도 괘씸한 생각뿐이었다. 실수든 고의든 누락된 내 몇 푼 안되는 상여금과 생일 축하금이 정말 아까웠다. 더운 물 수도세가 많이 나와서 고의로 온수를 잠궈 버렸다는 박한 인심에 차디찬 얼음장 같은 물에 늘 손을 씻어야 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고 내 능력을 증명해 보이리라 했던 호기로운 결심이 헛된 수고 같았다. 그런 사람들이었을까?


여기서 그런이란 말은 많은 생각을 내포하고 있다. 큰 사장과 작은 사장 포함한 혈연 사장군단의 인격적 결함과 회사 오너십의 부재로 인한 그간 겪은 평가절하들을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자신을 그런 몇 십만원에 빈정 상하는 싸구려 감정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고 정말 최선을 다해 일을 했다. 난 계약서에 쓴 내 이름에 대한 책임과 사명을 다 하고 싶었다. 그러나 무참히 내동댕이 쳐지고만 기분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밤새 끙끙 앓았다.


6시 24분.

뛰었다. 달리기 시작했다. 몸에 생체학적 열의 발산이 아니라 정신적 열이 나를 집어 삼키려 할 때 뛰는 건 꽤 도움이 된다. 가벼웠다. 점점 더 몸이 가벼워졌다. 새벽에 일어나 성경책을 조금 보고서는 헬스장에 왔더니 출근 시간에 쫓겨서 목표한 거리를 뛰지는 못했지만 악한 생각의 양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오늘 본 성경에 이러한 구절이 있었다. 다윗이 여호와께 묻자와 가로되....

무슨 일이든 다윗 왕은 여호와 하나님께 먼저 물었다. 무죄한 자신을 죽이려하는 사울에게 쫓길 때에도 자신의 백성을 탈취하는 이민족을 칠 때에도...분노가 김빠진 사이다처럼 조금씩 사그러 들었다.



사직서를 낼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지만 분노에서 한 발 물러서서 지혜롭게 해결해 보려고 한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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