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WITH YOU
2026-01-13
35:31
3.51km
7’14“
184kcal
회사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커다란 액자가 있다. 사장님 형님께서는 한국화에 꽤 조예가 깊으신 분이신가 보다. 민화, 붓글씨 등이 사장실과 회사 입구에 커다란 액자로 걸려 있다. 1층에 걸려 있는 새들이 즐비한 민화를 지나 2층에 들어서면 정면에 ‘높이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문구가 힘 있는 필체로 보인다. 그런데 혼자 가시려는 것인지 함께 가시려는 것인지 잘 모를 때가 있다.
지난 종무식 전, 사장님은 직원들의 건의사항을 박 차장을 통해 익명으로 받으셨다. 고양이 엄마 박 차장이 직원들마다 상담하며 익명으로 건의사항을 받아 조합하여 사장님께 제출하였다. 종무식 때 PPT 첫 장은 회사 매출 현황, 두 번째 장은 내년도 목표, 세 번째 장은 직원들 근태에 관한 기록이었다. 순위를 매겨서 결근, 지각 횟수를 공개하였다. 마지막 장이 건의사항이었는데 분위기가 좋았을 리가 없었다. 사장님은 목소리에 힘을 주어 근태에 관해 요목조목 잔소리를 하셨고, 그 뒤 건의사항은 결국, 사장님 말대로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되어 버렸다. 이 차디찬 겨울에 더운물을 틀어 달라는 직원들의 지극히 기본적인 항의였다. 화장실에 갈 때마다 쭈볏쭈볏 서는 온몸의 감각들이 겨울을 두렵게 하였다. 헛소리로 치부된 건의 사항들은 종무식 후에 먹은 삼겹살과 함께 씹혀졌다.
엊저녁 추운 날씨에 아침에 끓여 놓고 나온 닭곰탕이 남아 칼국수 면을 넣고 뜨끈하고 얼큰하게 육칼국수를 끓여 먹었다. 부추 무침과 김치를 얹어 후루룩후루룩 땀을 뻘뻘 흘리면서 코를 킁킁 풀면서 거하게 칼국수를 먹었다. 종일 얼마나 일을 했는지 탄수화물 범벅인 칼국수를 두 대접이나 마시고 나서도 허기가 가시지 않았다. 그런 날이 있다. 먹어도 먹은 것이 금세 사라져 버리는 그런 날.
그러고 나서 방학이 무료한 아이들과 헬스장으로 향했다. 사실, 이 엄마 혼자 내 보내는 게 싫어 두 딸들이 니가 가라 헬스장 내가 가랴 헬스장 하다가 둘 다 억지로 나선 것이었다. 새벽에 나서서 퇴근 후 돌아오면 이제 두 녀석들은 청소도 해 놓고 설거지도 해 놓는다. 엄마의 희생이 일방적이라도 알아주는 맛에 힘이 더 나는 법인데 헬스장까지 같이 나서주니 웃음이 피식 나왔다. 두 녀석은 사춘기에 올라오는 에너지를 폭발시키듯 달리기 시작했다. 나도 달렸다. 막둥이의 키가 이제 나를 넘어서기 일보직전이다. 큰 녀석은 예전에 나를 훌쩍 넘어섰다. 발도 키도 나보다 커버린 아이들이 양쪽에서 달렸다. 남편이 큰 녀석 태몽을 꾸었었는데 푸른 초원 위에 튼실한 갈색 말이 두 마리 있었다고 했다. 태몽이 어쩜 그렇게 딱인지 양편에서 머리를 질끈 묶고 달리는 아이들이 있으니 힘이 났다. 달리면서 대화를 한 것도 아니었다. 다들 탄수화물을 태우느라 여념이 없었지만 우리는 함께 했다.
함께 멀리 갈 때는 '서로가 서로여야 한다.'
올해 아주 가벼운 목표 하프 마라톤을 위해 아이들을 꼬셔보고 있다. 조금 멀리 가보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