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최고의 봄날 먹거리
50년대 새봄의 떡, '쑥떡'
그 시절, 봄날의 먹거리는 떡부터 떠오릅니다.
여기서 그 시절은 제가 산나물 뜯는 봄 처녀이던 시절입니다. 아직은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을 받던 시절이고, 대략 1950년대 중후반 정도겠네요.
봄 떡 종류도 많았어요.
칡뿌리가루 떡과 송화가루 떡은 봄에만 먹을 수 있는 떡이었죠. 특유의 향과 함께 먹는 떡입니다.
봄 아카시아꽃을 한 소쿠리 따서, 밀가루 훌훌 섞어 시루에서 쪄낸 아카시아 꽃떡도 많이들 먹었답니다. 버무리 떡 특유의 소담한 모습이 참 이쁜 떡이었죠.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봄 떡 중의 최고는 '쑥떡'입니다.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다 허기져서 집에 오면, 엄마가 쑥개떡을 갓 찌어 한 목판 차려주십니다. 꿀 같은 맛이죠.
버무리 떡의 최고도 쑥버무리입니다. 쌀가루를 섞어 만든 하얀 쑥버무리의 쫄깃하면서도 포근한 맛은 다른 어떤 버무리도 흉내 낼 수 없는 맛이지요.
그 봄 떡들을 도시락으로 챙겨 들고 봄처녀 동무들과 산나물 뜯으러 가는 날은 봄 처녀 나들이 날입니다. 먹을 거 귀한 시절에다, 먹을 거 없는 보릿고개 철이지만, 나물 뜯으러 가는 들길과 산길에는 풍성한 먹거리가 지천입니다.
「봄처녀 산나물길의 산해진미」 바로가기
봄 떡 중에서 쑥떡이 최고였던 건 봄이면 가장 쉽게 캘 수 있고, 우리 몸에 가장 익숙한 식재료였기 때문일 거예요.
50년대 새봄의 밥, '쑥밥'
그렇기에, 그 시절 쑥 먹거리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쑥밥'입니다.
요즘 분들은 "그런 것도 있나?"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먹거리 귀한 시절, 쌀밥 늘려 먹으려 생겨난 게 쑥밥이라고들 하셨거든요. 먹거리 풍성한 요즘에 "굳이 쑥밥까지?" 싶은 거죠.
쏙밥을 지으려면 새 쑥 순이 많이 필요하죠.
들에도 쑥이 있지만 실개천 양옆 뚝방길을 찾아갑니다. 우리 동네에서는 그곳을 '대부둑'이라고 불렀어요. 봄이 오는 기운을 느낄 때 그곳에 가면 어린 새 쑥 순들이 언 땅을 뚫어내며 지천으로 올라오고 있죠.
가마솥에 쌀을 안친 후, 쑥 한 덩이 얹어 만드는 쑥밥. 최고죠. 고실한 쑥밥도, 쫄깃한 쑥밥도, 모두 훌륭한 봄날의 밥입니다.
엄마가 차려주던 최고의 봄날 밥상. 쑥떡과 쑥밥의 추억이 아련합니다. 이후 수십 년간 제가 아무리 별스럽게 해봐도 그 맛은 안 나더라구요.
60년대 초반 이후로 쑥밥은 영 잊어버렸었는데, 다가올 새봄에는 쑥개떡과 함께 쑥밥을 한번 지어 아이들과 먹어봐야겠네요.
끽해야 콩나물밥이나 먹어본 아이들이 과연 뭐라고 할까요?
문득 '쑥밥'이 너무 궁금해진 아들의 덧이야기
순식간에 읊어주신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후 아들은, 살면서 한 번도 본 적 없기에 먹어본 적도 없는 '쑥밥'의 정체가 궁금해졌습니다.
바로 어머니께 다시 물어본 후, 들은 그대로 아들이 덧붙여 전합니다.
첫 마디는 역시나입니다.
“먹을 거 흔한 요즘에도 그걸 해 먹는 사람이 있다더냐? 해방 후부터 6.25를 지나, 길어야 60년대 초까지 해 먹던 게 쑥밥이다. 먹을 건 없는데 봄이면 산에 어린 새 쑥 순이 지천이니 쌀밥 불려 먹으려고 했던 거지."
참고하시고요. 그러니까... 80년 전 쑥밥의 레트로 레시피 나갑니다.
가마솥에 쌀을 안친 후 갓 데쳐낸 쑥 한 덩이를 물을 꽉 짜서 얹는답니다. 밥이 다 지어지면, 위에 소금을 살며시 고르게 뿌리라네요. 살살 퍼서 먹으면 고실고실 쑥밥이고, 주걱으로 이겨서 푸면 마치 쑥떡 같은 쑥밥이랍니다.
절구 찧기 힘들고 절차도 번거로워 쑥떡 해 먹기 귀찮을 때, 속성 쑥떡 삼아 해 먹기도 했던 건데 무지하게 맛있었답니다.
참고로 전, 60년대 초에 단종됐다는 어머니의 쑥밥을 먹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어머니표 쑥개떡은 봄마다 먹었지만.
끝으로, 콩나물밥처럼 양념장은 없냐 물었더니 말씀하시길.
“그런 거 없다. 콩나물밥과 쑥밥은 완전 다른 거다.”
풀리지 않는 궁금증.
"곤드레밥 느낌일까?"
"택도 없는 소리, 향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