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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 Jul 31. 2024

내 어머니가 되어주셨다


차가운 물과 함께 약을 삼킨다
내 쉼은 약성이 작용하는 30분 이후였다
약을 먹은 지 스무 해.
아직도 이 고질병에는 앞으로의 솔루션도 소상한 약효도 없다
몸 한구석에서는 탈이 나고 있대도 으레 살겠거니 어느 정도는 버티겠거니 그렇게 애써 생각했다
단지 습관화되고 저항적이지 않고 무엇보다 이걸 체득하는데 드는 시간만이 필요했다


나는 어려서부터 잔병치레가 많은 아이였다
어머니는 나를 업고 좀처럼 내려놓지 못했다고
오줌도 그렇게 누었다고
이젠 들처업기엔 아들이 너무 크고 자신이 쇠하였지만
어머니의 시름은 아직도 깊다
시외버스를 타고 내려가는 귀향길, 멀미가 심할 때면
어린 나는 어머니의 무릎에 머리를 누이고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어머니의 고단한 얼굴을 올려다보며 아이러니하게도 안심했었다


9시 정각의 몇 톨의 알약. 먼발치서 지켜보는 어머니
내 방문이 닫힐 때까지 불이 꺼질 때까지 다시 아침이 올 때까지가 늙은 여인의 질긴 염려.
이 글로나마 묻는다
당신은 언제쯤 당신을 걱정할 건가요
그저 물끄러미 바라다보는 것도 이 여인의 소임
나를 낳고 빈젖을 물리고 눈과 눈이 맞던 순간 어머니에게는 사랑이 싹트고 그리곤 이유가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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