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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 Aug 07. 2024

다시 한번 삼킨다


홀로 맞이하는 커다란 밤, 너에게 전부를 소모해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기만 했네
사랑이라 부를 수 없는 미미한 감정에도 오직 전념했었지
오래도록 서서 기다리는 마음
네가 다가올 방향을 향해 자꾸 자꾸만 고개를 돌려 바라다보았지
기약도 없고 나는 시를 적는 사람이고 이루어지지 않는 피지 않는 감정은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았어
나는 남은 시어를 꺼냈었고 시도 너도 되지 않음에 글의 중간에서 모조리 지워야 했네


태어나고 어느 곳에서는 긴 작별을 고해야 해
지금 흘리는 눈물은 각자의 감정의 소산일 테고 눈물의 주인은 오래도록 그것을 기억할 테지
짧은 생 그리고 긴 잠
이러한 신의 섭리가 다는 이해가 되질 않아
내 생이 꺼져갈 즈음 그때 그 여정 끝에서나 깨닫게 될까
우리 이야기는 끝이 나도 다시 재회한다면 나눌 말은 너무나 많
우리는 열심히 살고 풀어놓을 이야기들 준비하면 되지


홀로 고요히 내려앉는 밤
시인의 긴 머리칼을 살랑이는 바람
바야흐로 시인의 계절
나는 노을이 피어난 광장에서 커다란 상념을 내려놓을 거야
사랑을 는지 진정 살았던 건지 혼란스런 마음
그저 하루를 버겁게 겨냈던 어제
가오는 계절엔 글에서도 너에게도 확답할 수 있겠지
가을에 익는 꽃으로 한 다발을 만들어 엮고 너와 닮은 글귀를 기꺼이 읊겠어
부디 눈을 맞추고 내게로 귀 기울였음 해
하던 일이 있대도 아직 그 마음이 아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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