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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 Jul 31. 2024

지운 글자 위로 더하여 적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무슨 말을 적지
벤치에 홀로 앉아 있다 작은 공원을 관망하고 있다
그저 이어폰에 나오는 음악을 듣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것을 조금은 방관하고 있다
아이들이 뛰놀고 학생들이 가방을 메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강아지들이 주인 곁을 서성인다 평화롭다는 게 무얼까 이 같은 일들을 가리켜하는 말인가

그래 지금이 썩 나쁘지가 않다


그 많은 시인은 대체 무슨 가을을 나고 겨울에는 얼마 동안이나 혼자였기에 오직 써야 했으며 짧은 생을 끝으로 쓸쓸히 무덤에 묻혀야 했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있었나 내가 무어라고 글을 적고 있지
내 가을은 겨울은 때때로 아늑하고 어느 정도 날만한데
작게 웃을 수 있고 시가 될 만큼 비극적이지 않은데
글에 내 온갖 것들을 끼워 맞추고 있었을까 잘 모르겠지만 그것이라면 슬픈 일이다
다만 작위적이지 않다 할 수 없었다


마음들이 아직 글이 되기에 조금은 더 써보고 싶다
당신들에 대해 아직 많은 감정들이 되는 것들에 대해 어려움과 그때 네가 낮게 속삭였던 진심에 대해

어쩜 끈질기게도 그 애증들을 너무 자주 꺼내 이야기할지도..
아까보다 공원에 사람들이 줄었다 6월의 때 이른 더위도 저녁이 되면 한결 나았다
어둑했고 가로등에 불이 켜진다 더 머무르라고 켜진 가로등에 돌아갈 때임을 깨닫는다
자리에서 일어나 나른함기지개를 켠다
돌아가는 길에 담배 하나와 맥주 두 캔을 샀다
완성되지 않은 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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