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게 내리는 비에 거리는 젖어있다
문득 바라본 도로가 빛들에 반사되어 눈부시다
그렇게 다만 글을 쓰고 싶었다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모르지만 가슴이 조금은 일렁였기에..
추적이는 비에 걸맞는 이야기가 내게 남아있기에..
모든 게 지난다 난 그렇게 운을 떼었다
늘 평이한 시작이었다
무던한 첫운을 뱉고선 글줄을 더하다 격해져 볼썽사납게 절절하진 않았을까
지난 이야기들이 스친다
천천히 되짚고 잠시 회고한다
그러다 신호가 바뀌고 난 급하게 액셀을 밟았다
감상에 젖어있는 것이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잠시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가끔 문득 추억하는 것이 늘 이런 결말이란 게 우습다
쏟아져 찰랑이는 비를 밀어내며 차는 달린다
거리 위에 서 있는 가로수처럼 무채색 건물처럼 떠도는 길고양이 무리처럼 내리는 비에 젖는 것은 사람의 감정 또한 마찬가지
메말라가고 목마를 때면 때맞춰 비는 내리기 마련이었다
아니.
필요할 때까지 결여 돼있다가 어쩌다 이런 날을 맞아 비로소 해갈되는 것일 거다
집에 도착하면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음악을 켜놓고 맥주 몇 캔을 마실 것이다
그것이 내가 아는 여유였다
그것이 이 순간에 표하는 나만의 찬미였다
덕분에 충만한 날이라고
머리맡의 빗소리를 듣다 비가 그치기 전 나는 잠들 것이다
언제나 밤비는 내가 먼저 잠드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