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로 절망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끝을 예감하고 사랑하진 않아 다들 돌아가고 홀로 남겨지는 걸 누가 상상이나 하겠어
하지만 그런 날은 살아온 어제였고 결코 장담할 수 없는 내일이었네 여러 번 울었지 지쳐 잠들기 일쑤였지 왜 내게로 와 작은 의미가 되질 않았어 아주 잠깐 머물기만을 바랐었어 오, 실로 그대 없는 숱한 밤이었고 무겁게 깔린 허무였어 무엇으로 채울지 몰라 방황했던 나였지
그대여 이건 어려운 일이 아니야 때론 아무것 아닌 게 하루를 만들고 아주 자주 사람을 일으켜 분에 넘치게 당신으로부터 사랑을 바랐던 게 아니야 그저 무엇이었든 당신과의 사소한 의미를 가지길 바라는 게 욕심이었을까 당신도 누구에게나 쉽게도 하루를 나누곤 하잖아 웃곤 하잖아 눈을 맞추곤 하잖아
밤 또 밤 생과 그것보다 무거운 것만 같은 이 하루 때론 당신을 몇 줄의 문장으로 적어나가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지 당신은 반드시 내 성긴 감정과 좁다란 마음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하지 당신을 정의할 수 없어서 당신과 비슷했을 단어를 나열하고 빼다 더하다 그러기를 여러 번 새벽빛 번져올 때에야 이걸 손에서 내려놓지 무겁기만 한 펜을 손에서 내려놓으면 그 한밤중에 쿵 하고 소리가 번쩍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