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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순간들

by 김필


넌 웃었다
웃고 또 웃었다
잘 모르겠지만 난 아마도 슬펐으리라
쓸쓸했으리라
네 작은 모습이 사랑스런 움직임들이 눈에 들어차 가득해올 때마다 난 고개를 돌려 피하고 만다
한 번쯤은 고백이란 걸 해보고 싶었다
거절을 견뎌낼 보호막 같은 것이 내 가슴에 없었던 탓일까
홀로 마음 가지다가 전해 보일 수 없는 때가 많았다
아니 그 체념의 순간은 차고 넘쳤다
익숙해지지 않고 이건 늘 아프다

네가 또 웃는다
웃음이 많아서일까
난 네 웃음을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일까
난 가난한 사람이다
그래서 마음 또한 궁색한 사람이다
누군가를 곁에 두고 그의 행복을 관철하며 보호해 내며 감정들을 가꾸어나갈 여력이 없었다
이번에도 홀로 가져본 마음일 테다
어느 날 어느 적요한 저녁부터였을까
혼자인 게 나답다 내 인생답다 느낀 게.
신은 남녀가 사랑하여 하나를 이룰지라 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선언은 나라는 사람에게서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신의 성스런 법 앞에서 나를 스스로의 말씀을 배신하시지 말라고 빌었던 날이었다

한 겨울의 오후 여섯 시는 벌써 어둑하다
하늘을 한참을 올려다보고 떠가는 구름이며 별을 찾았다
빼곡하고도 두껍게 깔린 구름 탓에 별도 달도 그 빛을 잃은 날이었다
비가 올런가
지독한 추위였고 눈이 올런가
바뀔 때마다 고대한 계절이건만 정말은 홀로 빈 날들이었다
들리는 웃음소리
음식을 집어먹고 작게 깨물고 잔잔히 맴도는 표정
분명한 건 한동안 마음은 멋대로 부풀고 너로 인해 웃고 울 거라는 거다
실은 널 처음 본 순간부터의 태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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