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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달

by 김필


하루는 항해와 같다
그저 육지로부터 멀어져 멀리로 나아가 보는 것이었다
보이는 것은 바다
만나는 건 다만 파도
이유가 있어 사는 게 아녔다
가끔은 너 같은 사람이 나타나 날 어쨌든 조금씩 이끌어 살게 하는 것이었다
행복은 너울지는 물결 속에 있었다
부단히도 오르다가 내려오곤 한다
기대하고 실망하고 그러기를 숱하게 여러 번. 갈피를 잡을 수 없지만 결국 그럼에도 좋다 라고 결론짓는다

묻는다면 정작 너 자신은 의아스러울 테지
자신의 어떤 부분이 내게로 사랑인지 모르겠다고 할 거다
예쁜 구석 하나 없는데 하고 미소 짓겠지
그 소소함을 가진 너를 아끼지 않을 수 없었다
네가 내 날들에 머물렀던 몇 해 만큼은 꿈결과 같은 세상이었다
머무르고 지나고 사랑이 되고 그리움이 되고 미련 후회 무상함까지 인연들은 내 삶에 알록달록 빛깔 또는 무채색 그늘을 드리운다
그렇게 동력을 얻어 여태까지 살아왔다
비단 앞으로도 그런 생이리라
잘해왔고 덕분이었다

밤이 되면 길게 드리운 그림자 보다 더 짙은 어둠이었지만 이 순간에도 빛을 내는 건 있다
내 나날의 일부였고 그게 어둠 속에서는 갑절이나 더 밝게 빛을 냈다
물길을 따라 흐르다 쏟아져 내린다 너와 나만의 추억이.

전부 기억할 수는 없는 순간의 연속
어떨 땐 가슴을 한껏 펴보아도 다 담을 수 없는 감정이 생겨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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