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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


어떻게 당신을 두고 시를 짓지 않을 수 있나
미련도 어리석게나마 사랑, 슬픔도 종이 위로 짓다 보면 시..
지금도 시가 되는 당신에게 상당 부분 빚을 지고 있었다
비단 찬비가 내리고 계절은 제자리서 뒤채이지만 내 비록 작고 유약한 감정은 분명 붉게 핀 사랑이었네
어떻게 당신을 지워내고 시라 할 수 있을까
시어는 유유히 떠도는 것이지만 시초는 또 근원은 내 가슴에 서린 그날의 기억
떠올리다 보면 그려지다 그러다 엉키고 끝내는 망연히 앉아있는 시간이었지
시간은 가고.. 요기를 채우는 것도 잊고.. 또 다 싫다가.. 지금이라도 우리 시작할 수 있진 않을까 하며 한숨짓고 많이도 허탈해 하였네


분명 멀리도 떠나왔어
멀어져 작아져가는 뒷모습을 향해 진심으로 안녕을 빌었었지
손을 잡는 것도 함께 걷는 것도 근사한 저녁을 먹는 것도 잠들기 전까지의 시시콜콜한 통화도 이젠 도무지 할 수가 없는 일이야
하루 일들을 홀로 써 내려가야 했고 꼭 내 지난날 대부분이 사라진 것만 같았지
너를 만나기 이전에는 하루들을 어떻게 재겨냈던 것일까
그러고 보면 사랑은 뜬구름 같은 것 같아
별거 아닌걸 크게 부풀리곤 하니까
멋대로 희락 하게 되니까
높이 높은 곳까지 날아오르게 하곤 하지
그래서 더 이상 그날이 아닌 날 가장 아래까지 추락해야 해


내 하루에 내 가슴 안에 이렇게까지 깊은 곳이 있었나
알고 싶지 않은 걸 알아버린 순간들..
쉽게도 취하고 두터운 밤의 장막과 아무도 찾지 않는 방안 그마저도 그곳의 구석 또는 모서리
창문을 닫는 걸 깜빡하고 잠이 드네
찬비가 쏟아지고 차올라 물에 잠기는 꿈을 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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