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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현 Aug 11. 2024

B23층 <인생사 새옹지마>

"이번 층은 B23층입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역시나 지하로 내려오고 나선 모든 층에 불이 안 들어온다.

이곳도 어둡다.

나는 엘리베이터에 간신히 들어와 있는 불에 의지해 서있다.




지옥도 같던 저 밑의 층에서 다행히(?) 고공상승을 시켜준 건 다름 아닌 내가 지금 타고 온 엘리베이터였다.

이 엘리베이터는 다름 아닌 주변 지인들이 만들어 준 것인데...

더 이상 올라가는 버튼이 없었다.


이제는 나 스스로가 올라가야 한다는 말이겠지...

환하게 비추는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자 내가 있는 이번 층은 내면의 공허만큼 어두워졌다.

아득히 깊은 지하는 어둡다.

좀 많이 어둡다.


<B23층>에 오기 전에는 더 깊은 곳에 있었다.

그곳은 어두운 걸 떠나서 나라는 사람이 있는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층이기도 했다.

심지어 너무 어두워서 내가 지금 몇 층에 있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다행히 <B23층>은 벽면에 붙어 있는 붉은색 led조명이 깜빡이며 몇 층인지 알려주고 있다.

깜빡이는 조명 덕분에 찾게 된 두 개의 문.

이제 선택의 갈림길 앞에 서있다.

둘 중 하나는 다음 층으로 올라가는 문이고 나머지 하나는 밑에 층으로 내려가는 문이다.

올라가는 문이 어떤 건지는 알지만...

열리지가 않았다.


내면의 공허가 가득 차기 전에 얼른 올라가려 문을 밀고 당기고를 반복했지만 내 앞에 있는 문은 열릴 생각조차 없었다.

내가 이 층에 있으면서 무언가를 해결해야 문이 열린다는 말이겠지...

가만히 앉아 생각해 본다.


문득 한 문장이 머리를 스쳐간다.

'인생 나락 간다.'

한창 투자붐이 일었을 때 모두가 우려하며 내뱉던 말이 유행어가 되었다.

나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걸 걸었을 때.

기대와 다르게 반대로 가게 되면 나오는 말이다.


어떻게 보면 나도 내 인생을 걸면서 했던 행동들과 선택이었다 생각한다.

그렇게 나락을 경험하고 이렇게 또 올라가려 아등바등하고 있다.

많은 시간과 공간을 다시 되감기 해본다.

반성할 게 그리 많지는 않다.

다행이다.

하지만 정말 없지는 않다.

이것에 대해서는 정말 친한 친구가 이야기를 해줬다.

내가 알고 있는 네가 보이지 않았다.

'나란 사람은 항상 주도적이고 뭔가를 먼저 창조하는 사람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게 없었고 너무 따라만 다니는 것처럼 보였다.'라고 말했다.

맞다. 내가 나를 잃어버리면서 왜 그랬을까.


이것 하나만은 반성하자.

<선택의 잘못>

그 선택을 하기까지의 내 부족했던 경험과 사고는 이런 결과를 안겨줬기에 앞으로 더 많은 경험과 사고를 해야 한다.

그럴수록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점점 머릿속이 채워짐을 느꼈다.

사실 두렵다.

내가 멈춰 있어도 시간이 가고 있다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긴 하다.

그리고 멈춰 있고 싶기도 한다.

쭉 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려가는 문을 선택하며 계속 내려갔더랬다.

가만히 있으면 어둠이 온다.

뭔가를 하려고 하는 그 과정은 정말 어렵고 버겁다.

하지만 해야 한다.

그렇게 깨닫고 오늘은 하루의 끝이 가까워질 때가 되어서야 마음을 다 잡고 글을 쓴다.




크게 숨을 고르고 올라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문고리를 돌려본다.

열쇠가 있어야 열릴 것만 같던 문고리가 아무런 저항 없이 열린다.

내면의 공허를 채우니 다음 스텝으로의 길이 열렸다.

그리고 다행히 눈앞의 문은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그렇게 오르기로 결심했다.


B23 - B22 층 계단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한 번에 떨어질 수 있을까

그렇다. 가능하다.

인생은 무슨 일이 벌어질 줄 모르기 때문에...

나는 요새 많은 명언들을 보면서 자투리 시간을 보낸다.

그중에 오늘 이 B23층을 올라갈 명언을 발견하여 써본다.


인생사 모두 다 새옹지마 아닐까?


새옹지마(塞翁之馬)

인생에 있어서 길흉화복은 항상 바뀌어 미리 헤아릴 수가 없다는 뜻


우리의 인생의 굴곡은 죽을 때까지 펼쳐진다.

누구나 그렇듯 말이다.

잠시 왔다가는 <B23층>은 사실 아늑했다.

모두의 도움으로 열심히 올라온 곳이라 그런가.

내 뒤에 항상 빛을 밝혀줄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런 걸까.

존재 자체만으로도 든든한 게 있다는 건 정말 좋다.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기에.

그렇게 꿋꿋하게 오늘도 올라간다.

다음 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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