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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시간, 공원

스물여섯 번째 시

by 깊고넓은샘





빠르게 스쳐가는 사람들,

바쁘게 움직이는 발걸음,

시간을 확인하는 시선들


차들은 도시의 소음을 끌고 가고

누군가는 또 다른 하루를 향해

숨 가쁘게 나아간다


라떼 한 잔을 들고

느린 걸음으로 걷는다


바람이 나뭇잎을 살짝 흔들고

햇살은 나무 사이로 내려와

잔잔하게 나를 감싼다


이 순간, 시간은 천천히 흘러

오롯이 내 것이 된다.


걸음은 가볍고,

따뜻한 라떼의 향이

공기를 타고 퍼진다


마치 아무 일도

급하지 않은 듯,

나는 이 여유 속에서

스스로를 잃고, 다시 찾는다


모두가 바삐 움직이는 시간,

이 작은 공원 안에선

잠시 멈춰도 괜찮다


여기서,

한 잔 다 마실 때까지

세상은 나를 기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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