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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스물일곱 번째 시

by 깊고넓은샘





자고로 시집이란 114×185 문고판에

얇아야 한다


가벼워야 하고, 펴기 좋아야 하고,

손때가 적당히 타 있어야 한다


벤치에 누워서

지하철 가장자리에 앉아서

한 손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약간 빛바랜 종이에

글씨가 조금 찍혀 있고

광활한 여백이 있어야 한다


뭔가 생각이 떠오르면

빈 곳에 끄적끄적 적는다

물론 다시 안 보겠지만


가방엔 자고로

시집 한 권쯤은 들어있어야

참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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