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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 비디오 대여점

스물아홉 번째 시

by 깊고넓은샘





사거리, 큰길가에

그 너른 공간에

비디오 대여점이 서 있었다


마치 소설에 나오는

공간이 접혀 있는 곳에 있다는

미지의 무언가가, 거기 서 있었다


종소리, 문에 달린 종이 울리면

시간을 잃어버린 이 가게의 주인은

같은 자리에 앉아 나를 잠시 쳐다본다


유행이랑 일도 상관없는

주인의 취향대로 모아 놓은 비디오가

2층 가득 빽빽이 들어차 있다


난 그곳에서

치켜세운 턱을 쓰다듬으며

보지도 않을 비디오를 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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