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번째 이야기
저혈당이란 무엇인가. 혈액 속의 당 수치가 정상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당뇨는 혈당 조절이 안 되는 병이다. 혈당이 정상치보다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한다.
당뇨 하면 혈당이 높은 것만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혈당이 낮은 것이 더 치명적이다. 고혈당은 장기적으로 누적되는 공포라면(급격한 혈당의 상승은 사망에 이를 수도 있지만, 일반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저혈당은 당장의 공포다. 물론 정상 범위를 벗어나는 건 다 문제다. 그렇다.
일반인들은 저혈당을 잘 모른다. 가끔 '당 떨어진다'라고 할 때가 있지만 그건 말 그대로 당이 좀 떨어졌을 뿐 저혈당이 아니다. 건강한 혹은 정상적인 몸은 혈당이 떨어지면 포도당을 합성해서 혈당을 유지한다. 물론 격렬하고 무리한 운동 등으로 일시적으로 저혈당에 가까운 상태가 될 수도 있지만, 쉽지 않다.
저혈당은 어떤 느낌인가. 그 시작은 담배를 오랜 시간 안 피운 흡연자의 그것과 비슷하다. 그 느낌은 왠지 모를 불안으로 시작된다. 스물스물 뒷골을 타고 오는 이 느낌은 꽤나 불쾌하다. 이제는 경험을 통해 안다. 이게 저혈당의 전조라는 걸.
다음으로 발끝, 손끝부터 저릿저릿하고, 안절부절 못 하는 구간에 들어서는데, 이때부터 본격적인 저혈당의 시작이다. 빨리 이 상태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고, 짜증이 한가득이다.
이제 눈이 퀭해지고, 들어 눕고 싶어지는 단계에 들어섰다.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 이제 빠른 당분의 공급이 필요하다. 그래서 당뇨인은 누구나 사탕, 젤리, 주스 등 자신만의 응급 당분 공급 방법을 가지고 있다. 평소에는 당이 오르는 것을 경계했다면, 이 때는 당이 빨리 오르지 않아서 안달이 난다.
식은땀과 오한이 오면, 저혈당 쇼크가 멀지 않았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식은땀 이상으로 진행된 적은 없다. 발작, 의식 저하, 혼수상태 등을 거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보통 50ml/dl, 1데시리터(0.1리터)의 피에 포함된 당이 50ml 이하로 떨어지면 저혈당으로 본다. 우리 몸에서 당분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기관은 바로 뇌이다. 저혈당은 뇌에 에너지 공급을 부족하게 만들고, 이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한두 번 저혈당을 겪다 보면, 이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가 생긴다. 그래서 혈당이 낮아지는 기색만 있어도, 당을 과잉 섭취하여 고혈당이 되기도 한다. 저혈당과 고혈당을 왕복하는 거지 같은 날이 꼭 있다.
주변에 술에 취한 것도 아닌데 못 일어나는 어르신을 보면 저혈당 쇼크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얼른 편의점에 달려가 과일 주스라도 사서 드리자. 한 목숨을 구했다. 당뇨인의 주머니에 사탕이나 젤리가 들어있는 건 절대 군것질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은 아빠의 주머니에 손을 꼭 넣어보곤 한다.
얘들아, 다 먹으면 절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