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번째 이야기
아침에 일어나 처음 먹은 것은 무엇인가. 나의 하루는 방울토마토로 시작된다. 커피 노. 밥도 노. 반드시 방울토마토다. 그래야만 한다.
이건 하나의 약속이며, 규칙이고, 루틴이다. 빈 속에 처음 먹는 것이 무엇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방울토마토를 잘 씻어 한 알을 무심히 입에 넣는다. 즙이 될 때까지 씹고 또 씹는다. 눈을 감고, 씹는 행위에 집중한다. 방토는 소화에 오래 시간이 걸린다. 뒤에 먹을 음식의 길을 막아서 흡수 속도를 늦추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방토야 방토야 혈당 오르는 속도를 늦춰주렴.
두 번째 알도 입에 넣는다. 은근한 단맛이 기분을 끌어올린다. 신맛과 함께 올라오는 단맛은 건강한 단맛이다. 방토는 맛도 좋다. 맛 만으로도 방토는 먹을 가치가 있다. 맛은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맛이 없으면 오래 먹을 수 없다. 꾸준히 먹어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알을 먹는다. 순수한 자연의 것만 먹겠다고, 내 몸에 약속해 본다. 나이 사십 넘어 아토피가 생겼다. 지금까지 무분별하게 먹은 식품첨가물들이 쌓여 오늘에 이르렀다. 당뇨도 그런 게 아닐까? 가족력만 탓하기엔 찔리는 구석이 많다. 이제까지 막 먹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잘 골라 먹겠다고 내 몸과 약속한다.
네 알째 먹는다. 생각보다 배가 부르다. 우리 몸은 그렇게 많은 식사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아침으로 무언가 더 먹지 않겠다. 과한 것이 늘 문제를 만들었다. 모자라게, 조금 모자라게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
마지막 알이다. 세상 마지막 방울토마토처럼, 인류 마지막 한 알을 먹듯이 소중히 먹어본다. 디스토피아 세상의 생존자가 되어서 남은 한 알의 방토를 먹을까, 아님 심을까 고뇌에 빠져본다. 그냥 먹자. 서둘러 먹으며, 혼자 낄낄거린다. 이게 뭐라고.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이 모두 끝났다. 그렇다. 일단 시작은 잘한 것 같다. 방토가 집에 끊기는 일이 없도록 하기. 10년만 이 루틴을 유지해 보자. 이 땅 위에 방토가 있는 한 바꾸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