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돼지감자, 바나바잎

열세 번째 이야기

by 깊고넓은샘

당뇨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위의 세 가지이다. 여주, 돼지감자, 바나바잎.


우리 민족은 뭔가를 먹어서 질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이 DNA에 새겨져 있는 것 같다. 도 그러하다. 내가 구입한 양만 해도 꽤 될 것이고, 내가 당뇨인 줄 아는 사람이 선물해 준 것도 많다.


저 셋 중에서 그나마 내가 좋아하는 맛은 돼지감자이다.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돼지감자는 제주도민의 귤 같은 것인가 보다. 내가 당뇨인 줄 알게 된 지인들은 어디에선가 농사짓는 그들의 지인에게 얻은 돼지감자를 선물해 주었다. 돼지감자를 차로 먹으면 고소하고 조금은 든든한 느낌도 있다. 그래서 당뇨 초기 허기짐을 달래려 돼지감자차를 주구장창 마셨다. 그 허기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바로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는 것이다. 돼지감자가 당뇨에 도움이 된다고들 하는데, 난 한 번도 의학적인 혹은 과학적인 자료를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마시고 나면 혈당이 좀 오른다. 개인적으로 돼지감자는 추천하지 않는다.


두 번째, 여주, 천연 인슐린이라고 선전하는 식물로 내가 가장 먼저 손에 댄 건강기능식품이다. 심지어 직접 길러본 적도 있다. 뭔가 직접 유기농(?)으로 기르면 더 효과가 있을 것 같은 느낌 같은 느낌이 있었나 보다. 딱히 논리적인 생각은 아니었다. 여주는 주로 차를 끓여 먹는데, 인터넷에는 장아찌를 만들어 먹는 레시피도 있으나 그런 것(?)을 먹을 용기는 없었다. 매일 점심 무의식적으로 여주차를 마셨다. 딱히 맛은 없다. 좀 떫고, 건강한 맛. 여하튼 당뇨에 도움이 되라고 참고 많이 마셨다.


마지막이 바로 바나바잎, 당뇨인이 되기 전에는 있는 줄도 몰랐던 식물이다. 처음에는 바나나잎인 줄 알았다는. 지금도 이 글을 보며 바나나잎으로 읽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바나'바'잎이다. 열대 식물이라고 하고, 이것 또한 차로 마신다.


이 세 가지 차를 참 열심히 마시던 차에 어느 유튜브 채널을 보게 되었는데, 결론은 차로 원하는 효과를 보려면 엄청나게 많이 마셔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물에 잘 녹는 성분이 아닌 이상, 뜨거운 물에 용출되는 양이라는 것이 그렇게 많을 리가 없었다. 풀을 뜯어먹는 코끼리처럼 엄청 먹어치우지 않고서야 효과를 보기 어렵겠구나,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이제 저 세 가지 차를 마시지 않는다. 바나바잎 같은 경우에 영양제로 제조된 것들이 많이 있다. 화학적인 방법으로 성분을 추출한 것이다. 시중에 파는 식후혈당을 낮춰준다는 약들은 죄다 바나바잎 추출물이 들어 있다. 건강기능식품이라는 게 그렇다. 그게 진짜 효과가 그렇게 있으면 '약'이지 '식품'일리 없다.


차는 그냥 맛있는 차, 내가 좋아하는 차를 마시기로 했다. 나도 좀 행복할 필요가 있다. 차 한 잔의 여유까지 포기해야 한다면 너무 슬프다. 식후 마시는 믹스커피를 끊은 것으로 난 할 몫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당뇨가 아니라도 믹스커피는 끊는 것이 좋겠다. 그게 꽤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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