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인의 슬픔

열한 번째 이야기

by 깊고넓은샘

당뇨인은 언제 슬플까? 참 많은 생각이 드는 주제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짜파게티이다. 난 짜파게티를 참 좋아했다. 짜파게티에 파김치, 그 폭발하는 감칠맛이란. 자려고 누우면 한 번씩 떠오르는 맛이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먹을 수 없다. 혈당 400을 보고 싶으면 먹어도 되는데, 그러고 싶지는 않다. 흰쌀밥에 잘 구운 스팸 한 조각, 떡볶이, 이런 것들도 이젠 다 안녕이다. 못 먹는다고 생각하니 더 떠오르고, 그 생각이 날 괴롭힌다. 먹고 싶은데 못 먹는다는 사실, 게다가 영원히 그런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 떡은 원래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괜찮은데, 떡볶이의 재료라는 것이 큰 문제이다. 이번 생에는 안녕이다. 바이바이. 당뇨인의 첫 번째 슬픔은 좋아하는 음식과의 이별이다.


당뇨인의 두 번째 슬픔은 무기력증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그럼 그때부터 당뇨인이 된 것이다. 몸 안에 당이 있는데, 넘치는데 그것을 사용하지 못하는 느낌, 그것은 꽤나 강렬하다. 당뇨 합병증으로 나타난다는 증상들은 좀 먼 미래라서 무섭기는 하지만 당장 나를 괴롭히지는 않는데, 이런 무기력함은 당장 지금의 현실이다. 너무 기운이 없어서 뭔가 단 것, 힘 나는 것을 먹고 싶은데, 혈당을 재어보면 너무 높다. 뭘 먹을 수도 없고, 일은 해야 하는데 겁이 덜컥 난다. 이대로 기운 없이 누워 있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너무 슬프다. 나의 아이들이 놀아달라고 하는데, 누워서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괜히 눈물이 난다. 좀 있다가 컨디션이 돌아와서 다행이긴 한데, 언젠가는 이런 무기력한 상태가 계속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있다. 관리, 또 관리해야 한다. 내 아이들을 안아주기 위해서.


당뇨인의 세 번째 슬픔은 상처다. 정확히 말하면 아물지 않는 상처이다. 내 다리, 정확히 무릎 아래쪽으로 상처 흔적이 남아 있다. 새벽에 우는 아기를 안고 달래다가 부딪친 상처,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생긴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못하고,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당뇨인은 기본적으로 신체의 말초로 갈수록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다. 다리에 상처를 쓰다듬으며, 내가 당뇨인이라는 현실을 다시 인식한다.


더 슬퍼지지 않도록, 행복한 시간이 길어지도록, 마음을 다진다. 이 행복이 계속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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