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발생한 충격적인 뉴스가 지난 며칠간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이제 나의 학교 생활도 벌써 20년 가까이 되어간다. 그 시간 동안 나도 참 이상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이상한 교사도 있었고, 교직원(실무사, 행정실 주무관)도 있었고, 이상한 관리자(교장, 교감)는 당연히 많았다. 그들 중 몇 명은 나중에 뉴스에 나오지 않을까 싶은 사람도 있었다.
이번 사건을 보며, 그런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다. 왜 미리 저지하지 못했는지. 톰 크루즈가 나왔던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영화가 있다. 내 기억에 미래에 저지를 범죄를 예측해서 미리 검거하는 그런 영화였던 것 같다. 미래에 저지를 일이 예측 가능해도 영화가 아닌 이상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그냥 일반 회사라고 생각해 보자. 내 앞자리 김대리는 평소 다른 사람과 대화가 거의 없다. 눈을 맞추지 못하고, 친한 사람도 없다. 늘 음울하고, 혼잣말을 웅얼거릴 때면 조금 무섭다. 흘낏 모니터를 봤는데, 공업용 해머와 톱 같은 걸 검색하고 있다.
어떻게 할 건가. 경찰에 신고할까. 팀장님께 말씀드릴까. 그게 가능한 사람, 손 한 번 들어보자. 나는 이번 사건의 그 자가 우리 학교에 있었다면, 내가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본다. 심지어 우리 학교엔 나의 아이가 다닌다. 우리 아이를 조금 조심시킬 뿐 내가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
묻지 마 범죄의 무서운 점은 이와 같다. 미리 조심할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다. 세상에 미친놈은 늘 있고, 내 자녀를 지키려니 너무 걱정이 된다. 심지어 그 장소가 학교이고, 범인이 교사라는 것은 정말 끔찍하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학교 곳곳에 cctv를 더 달자는 둥, 전 교사의 정신 감정을 하자는 둥 하는 의견들이 뉴스 댓글에 달린다.
나는 개인적으로 학교 곳곳에 cctv를 더 다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이미 학부모들이 녹음 기능을 켜서 학교에 보내는 세상이다. cctv 같은 것은 겁나지도 신경 쓰이지도 않는다. 아예 교실마다 달아서 아이들 수업 행태의 자료로 쓰고 싶다.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일들도 명쾌하게 해결할 수 있으니 그 점도 좋다. 정신 감정 좋다. 안 그래도 다치고 상처 난 나의 마음을 돈 들여서 점검해 준다면 환영이다. 감정이 깎여나가는 직업은 정신과의 관리가 꼭 필요하다. 앱이나 온라인 검사 같은 거 개발해서 하라고 하지 말고, 제발 돈 좀 들여서 제대로 그리고 정기적으로 정신과 진료를 볼 수 있게 해 줬으면 좋겠다. 정신과 진료나 상담받는 것은 너무 비싸다.
문제는 cctv가 사건을 막아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cctv가 더 있었다고 해서 그 아이를 구할 수 있었을까? 전 교사의 정신 감정을 하면 그 자를 미리 걸러낼 수 있었을까? 공무원 임용을 할 때 신체검사를 해서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그 항목 중에 정신 건강이 있고, 우울증이나 조현병이 있으면 별도의 심사를 통과하거나 문제없다는 의사 소견서가 있어야 임용할 수 있다. 그 자는 우울증 소견이 있었을 뿐 다른 소견은 없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우울증이 이 범행의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럼 어쩌자는 말인가. 학교는 안전해야 한다. 충분히 안전하다는 것은 없다. 더, 더 안전해져야 한다. 예전에 학부모 한 명이 자기 자녀를 괴롭힌 아이를 직접 보겠다고 교실까지 찾아온 적이 있다. 교실까지 올 때까지 그 학부모를 제지한 사람이 없었다. 내가 발견하고 연구실로 데려갈 때까지 학교는 무방비로 뚫린 것이다. 연구실에는 비상벨이 설치되어 있어 교무실로 연결되지만, 이 학부모가 해당 아동을 해코지 했다면 이 비상벨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내 한 몸 바쳐 아이들을 보호할 뿐 나를 지켜줄 사람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사건이었다. 그 학부모가 약속도 없이 출근 시간에 학교주차장에서 나를 기다린 적도 있다. 상담을 하고 싶다고 왔다지만, 그 이후로 차를 내릴 때마다 나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야만 했다. 내게 학교는 안전한 곳이 아니었다.
요즘 학교는 중앙 출입구를 제외하고 나머지 문을 다 폐쇄한 곳도 많다. 교직원의 지문을 등록하고, 지문으로만 문을 열 수 있다. 교사도 학생도 학부모도 다 불편하다. 외부 출입구도 지정된 시간 이외에 다 폐쇄하기도 한다. 그럼 어떤 일이 있을까. 엄청난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받게 될 것이다. 학교를 통과해 출근하는 많은 주민들과 불편하다는 학부모들의 아우성을 이겨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의 안전이다. 불편함, 민원 다 집어치우고, 더 안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학교를 외부로부터 차단해 놓으면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투명하게 볼 수 없어 더 위험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사건 같은 경우 이에 해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생각으로 한 일이 바로 학교 담을 없애는 사업이었다. 담을 없애고 나무를 심어 놓았더니, 학교에 아무나 들어와서 범죄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담을 만들었다. 정답은 없다.
나의 생각은 그렇다. 일단 학교에 외부인(학부모 포함)을 들이면 안 된다. 문은 잠그고, 출입을 통제해야 한다. 학교 안전 인력은 늘려야 한다. 이렇게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
그럼 내부의 위험, 교사나 직원, 선배나 동급생으로 인한 위험은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해답은 문화와 시스템이다. 우선 서로 위하고, 존중하는 학교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쉽지 않지만 꼭 가야 하는 길이다.
다음으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매뉴얼에 정해진 대로 위험 징후가 있으면 분리하고, 배제하는 조치가 정해져 있어야 한다. 관리자든 누군가가 판단하고 조치를 정해서 하는 것은 실현되기 어렵다.
이번 사안의 그자도 관리자의 판단하에 교감 옆에 앉히고, 수업을 넣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수업을 주지 않아 앙심을 품었다는 기사로 유추함) 이것만 봐도 이 학교의 관리자는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당사자와의 갈등을 감수하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결과는 그러하다.
그래서 시스템이 중요하다. 위험한 상황으로 보이면 규정에 따라 외부 기관에 상담 및 치료를 보내고, 기관의 세심한 판단에 따라 복귀를 점검하고. 대상이 교사던, 학생이던, 누구이던 매뉴얼에 따라 즉시 조치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안전망이 뚫릴 수 있다. 우울증으로 병가에 들어간 사람이 업무에 복귀가 가능하다는 진단서 한 장에 바로 돌아왔지 않은가. 안 뚫리는 안정망은 없다.
그래도. 그래도 우리는 안전망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 학교가 더 안전해질 수 있도록. 학교의 모든 구성원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