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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친다는 건?

by 깊고넓은샘

드디어 교육에 대한 연재의 마지막 순간이 왔다. '내가 잘 아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과거의 나는 당연히 '교육'이라고 답했다. 아! 어리석은 자여. 글을 써보면 안다. 내가 얼마나 아는 게 없고, 생각이 없는지. 그렇게 교육에 대한 연재를 시작해 버럈다.


브런치 연재 한계가 30편이니 딱 30편만 채우자 하는 마음으로 버티고 버텼다. 교육 관계자만이 아니라,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주제 선정부터 내용 구성까지 쉽지 않았다. 출판하자고 시작한 기획도 아니고, 도대체 왜 시작했는지 매주 반성했다.


글을 쓴다는 게 그렇다. 남을 위해 쓰는 것 같지만, 결국 나를 위해 쓰는 것이다. 내 생각이 정리되고, 나를 키운다. 글을 쓰면서 나를 위로할 수 있었고, 좀 더 단단해진 느낌이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가르친다는 건 뭘까. 어렵다. 그럼 질문을 바꿔보자. 잘 가르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건 답이 있다. 잘 가르치려면 좋은 제자를 구하면 된다. '잘 되는 학원은 공부 잘하는 아이만 받는다.' 따위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잘 가르치고 열심히 가르친 해를 생각해 보면, 그 원인은 훌륭한 제자들이었다.


내가 무언가 가르칠 질문하는 제자가 있다. 아!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인가. 그러면 가르치는 자로서 자료 준비를 더 하게 된다.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그렇다. 우리 반 아이들이 그림을 열심히 그린다면, 나는 파스텔화도 가르치고 크로키도 가르쳐 본다. 유튜브에서 자료도 찾고, 다양한 보조 도구들도 산다. 내 돈으로 산다. 왜? 재밌으니까, 신나니까 하는 거다. 전시회도 하고 싶단다. 뭔들 못 해주랴. 포스터도 만들고, 전시도 해준다. 훌륭한 제자가 교사를 훌륭하게 만든다.


조선시대 유명한 학자들이 아무나 제자로 받던가. 아니다. 추천받고 면접 봐서, 고르고 골라서 제자를 받는다. 그들이 단순히 과거 급제할 인재를 모으진 않았을 것이다. 가르치는 재미가 있으니까, 또 나도 더 성장할 수 있으니까 그런 제자를 받는 거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교사는 학생을 골라 받을 수 없다. 수업 시간에 아무 의지도 없는 애들을 데리고 떠들고 있으면, 있던 기운도 사그라든다.


그래서 가르친다는 건 무엇인가? 결론은 그렇다. 가르치는 건 '인내'다. 딴짓해도 참고, 안 들어도 참고, 한 번 더 이야기하는 것이다. 가망성이 보이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도하는 것, 번, 백 번 다시 시작하는 것. 그것이 교육이고, 가르침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가르침은 실패한 게 아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절대 포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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