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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기초조사서, 무엇을 쓸까?

by 깊고넓은샘

지난 세월 받아 보기만 하던 기초조사서를 나도 써야 하는 시간이 왔다.


학생기초조사서는 매학년이 시작될 때마다 담임교사에게 제출하는 서류로 학교별로 큰 차이는 없다. 일단 학생에 대한 기본 신상과 연락처 등이 들어있고, 본교 재학 형제 정도를 쓰게 되어있다.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이 강조된 이후에 대부분의 사적인 내용은 빠졌다. 예전에는 부모의 직업은 물론 소득 수준 등 뭘 이런 것까지 물어보나 싶은 것까지 들어 있었다. 난 현재 형태가 좋다. 필요 이상으로 많이 아는 게 서로에게 좋지 않다.


고민이 되는 부분은 학생 성격 칸이다. 장, 단점 등 아이의 성격 특성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내가 특히 고민하는 점은 아이의 단점을 어디까지 쓸 것인가 하는 것이다.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까. 괜한 선입견을 만드는 건 아닐까. 내가 생각한 것보다 잘 적응하고 생활할 수도 있는데...


내가 기초조사서를 받았을 때를 생각해 보자. 학교의 3월 초는 매우 바쁘다. 그래서 기초조사서를 받으면 알레르기나 질병, ADHD약 복용 여부나 가정의 문제 등 꼭 알아야 하는 것 위주로 메모한다. 단 칸을 꽉꽉 가득 채워놓은 기초조사서를 받으면, 좀 까다로울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냥 핵심만 간단하게 쓰는 게 좋다. 장점을 많이 쓰는 분들도 있는데, 웬만한 장점은 같이 일주일만 지내보면 담임도 다 안다. 왠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 애는 그런 애가 아니에요.'라고 말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많이 자랑하고 싶어도 조금만 자제하자.

그럼 무엇을 쓰면 좋은가. 낯가림이라든지, 화장실 문제 등 모르면 오해할 수 있는 것 위주로 쓰는 게 좋다. 기초조사서는 학기 초에 아이에 대한 정보, 주의할 점 등을 시행착오가 생기기 전에 임이 빨리 알게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우리 아이는 요즘 들어 자신이 한글을 잘 쓰지 못 하는 부분에 대해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활동에 참여하는데 위축되고, 집중을 못할 수 있으니 적는 것이 좋겠다. 긴장되면 화장실 가는 것을 잊는 문제도 있다. 이것도 적자. 좋은 점 칸을 비워 놓을 수는 없으니, 밝고 수다스러운 성격 정도를 쓰는 게 좋겠다.


취미, 특기, 장래 희망은 아이랑 상의해서 간단히 채우면 된다. 솔직히 잘 안 본다.


다음 난관은 '학교에 하고 싶은 말'과 '담임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이다. 학교에 하고 싶은 말은 웬만하면 비워놓는 것이 좋다. 학교에 건의하고 싶은 것, 요구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냥 교무실에 전화를 하는 게 낫다. 괜히 기초조사서에 그런 걸 써서 담임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그럼 '담임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에는 도대체 뭘 써야 하는가. 칭찬 많이 해주시고, 기각. 칭찬할 일 있으면 어련히 칭찬할까. 많이 사랑해 주시고, 기각. 그런 요구사항은 별로다. 만약 아이가 소극적이라면 '발표를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쓴다든지, 구체적인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쓰는 것이 좋다. 물론 그런 것이 없다면 그냥 '한 해 잘 부탁드립니다' 정도로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님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학부모 상담할 때나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기초조사서를 꺼내서 보는 편이다. 내가 생각지 못한 단서가 그곳에 숨겨져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일 년에 몇 번은 꺼내 보는 중요한 자료인 것이다. 내가 권하는 기초 조사서 작성의 요령은 '핵심만 간단하게'이다. 많이 쓴다고 좋은 건 아니다. 꼭 필요한 것만 쓰고, 자세한 내용은 상담을 통해 채워 넣는 것이 오해도 적고, 도움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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