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라지자

마흔네 번째 시

by 깊고넓은샘





사라지자. 저들에게 필요 없다면

깨끗하게 이 공간에서

미련 담긴 흔적 말고

원래 없었던 것처럼


버티자. 눈 감고 귀 막고

언젠가 끝난다는 거 알고 있잖아

끈덕지게 끝까지

이 한 번 악물면 돼


남기자. 뭐라도 이 땅 위에

가치가 있던 없던

의미는 그들이 만들겠지

왔다 갔음을 알 수 있도록


내려놓자. 두 손 사이로

모든 게 흘러내림을

큰 의미부여도, 외면도 말고

마지막 앞에 맨 몸으로 홀로 서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