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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무십일홍

마흔두 번째 시

by 깊고넓은샘




꽃이 핀다는 건, 저묾의 시작이라는 걸

미처 몰랐기에, 이 당황스러움은 나의 몫이다


가장 화려한, 찬란한 절정 뒤에는

사그러듦이 바로 따라온다


불꽃의 화려한 폭발 뒤엔

공허한 어둠과 적막이 따르고


너무 좋았던 우리 시간은

서로의 뒷모습으로 멀어져 가고


자신감 넘치던 어제의 뒤에

주름과 탈모가 따라오고 있었다는 걸


그런 게, 삶이라는 걸 미처 몰랐다

미리 알 수 없었다


이제 꽃봉오리도 떨어지고,

마른 가지만 남아갈 무렵


만개한 그 봄날, 그 향기를 기억하며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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