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시 다시 쓰기
어느 날
어느 날
엄마와 아빠는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합니다
갑자기 그런 건 아니고
수많은 전조 증상과
사소한 다툼이 있었습니다
물론 둘이
함께 지켜야 하는 가치보다
각자의 행복이 더 크다면
갈라서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 가치에는 나도 포함됩니다
나는 하나의 가치로서
저울 위에 올려집니다
그리고 졌습니다
저울은 저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나는 가벼운 가치입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나에게도 선택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왜 다행이냐구요?
둘 중 한 명이 포기했다면
나는, 그 한 번의
선택의 기회마저 잃었겠죠
어쩌면,
두 사람은 선택의 부담을
나에게 떠넘긴 것인지도 모릅니다
나쁜 사람도 되지 않고,
상대방을 고를 수도 있으니
나름 괜찮은 선택입니다
나로서도,
인생 최대의 선택을
내 손으로 하다니
천만다행입니다
난 주어진 조건에서
최고의 선택을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게 만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