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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낀 자 02화

승진 말고, 그냥 이대로 있으면 안 되나요?

응, 돼!

by 오 코치
승진 말고, 그냥 이대로 있으면 안 되나요?
응, 돼.



승진가즈아.jpg @Williams Oscar A.Z. All rights reserved.



“흠… 그래서 이 팀장님은 승진을 원하지 않으신다는 말씀이시지요?”


단정적으로 물었다.


“아, 아니.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긴 한데요…”


(이모티콘에서 자주 보이는 그 모습이다. 양손 검지 손가락 끝을 마주 대며 땀 삐질하는 그 표정.)


“잉? 지금까지 본인이 왜 그 자리를 도전하지 않아야 하는지를 설명하셨잖아요. 그래서 안 하고 싶으시다고요.”


“네. 그렇게 말씀을 드리기는 했지요오오오…”


(이렇게 많은 등장인물과 정황을 ‘나름’ 길게 몇 분을 듣고 있으면, 코치도 잠시 꼴통쓰가 난다요!!!)


“하지 마세요. 본인이 하기 싫으면 안 하셔야죠. 신이 나서 적극적으로 맡아도 힘든데, 하기 싫으면서까지 할 일은 아니에요.”


의도적으로 단호하게 결론을 말했다.


이 팀장은 힐끗 시계를 보더니,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밀리는 느낌이었는지 다시 급하게 말을 시작했다.

(오! 노우!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시려고?)


이 팀장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 얘기했다가 저 얘기했다가, 그러면서 말을 정리하는 습관이 있다.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전달력과 설득력이 약해질 뿐이다. 듣는 사람은 열심히 쫓아 듣다가 지친다.


본인도 그 부분을 알고 있었고, ‘조금은’ 길게 설명하는 원인을 파악했으며, 명료하게 전달하는 것을 지난 몇 달 동안 매. 우. 신경 써서 연습해 왔다. 눈에 띌 만큼 개선되었고,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점에 자신감도 붙은 상태였다.


그런데 오늘은 그 ‘별로’인 습관이 다시 삐져나온 것이다. 이야기를 빙빙 돌리고 초점을 못 잡는다. 마음 한편이 얼마나 뒤죽박죽이면 저럴까 싶다.


(앙. 돼. 요. 그렇게 빙빙 돌리기 안 돼요!)


속으로는 천둥같이 큰소리로 정신이 번쩍 들게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낮게, 더 조용히 말해야 한다.


“이 팀장님, 어떻게 할까요? 진짜 이유를 말씀해 보시겠어요? 아니면 위로를 해드리고 세션 마무리할까요?”


선택의 칼자루를 고객에게 힘껏 떠민다. 훗!


“아. 아.. 아니요. 위로가 필요한 게 아니에요. 그, 그러니까요. 진짜 이유… 코치님, 진짜 이유가 뭘까요?”

“진짜 이유가 뭘까요?”


다시 물었다.


“진짜 이유요…”


(서로 답답한 마의 구간을 지나고 계십니다. 다음 내리실 곳은 뚫어뻥. 뚫어뻥. 뚫렸다 뻥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사방에 있습니다…)


침묵의 순간이다. 이때 할 수 있는 건 딱 두 가지다. 기다린다. 그리고 계속 조용히 기다린다.


오늘은 세션 시간이 조금 더 길어졌다. 그래도 그 침묵의 순간 동안 이 팀장은 알아챈 ‘진짜 이유’를 잘 정리해 입 밖으로 내놓았기에 안도했다.


“제가 제일 시니어라서 승진을 도전하면, 될 가능성이 제일 높을 거예요. 그건 제 뇌피셜이기도 하지만, 인사팀이랑 윗선 몇몇 분들도 몇 차례 그렇게 말씀 주셨고요. 제 상사도 비슷한 언급을 하셔서 거의 기정사실이에요. 그런데요… 그게 참. 예전처럼 그냥 승진 발령을 내주시면 머쓱해하면서 떠밀려 맡는 분위기라면 괜찮은데, 요즘은 그게 아니잖아요. 손 들고 ‘제가 하겠습니다.’ 이러면서 해야 하고, 제가 얼마나 뭘 잘하는지 얘기도 해야 하는데, 잘난 척하는 것 같아요.”


나는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그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이렇든 저렇든 신청해서 승진이 되면 너무 부담이 돼요. 손 들고 자진해서 한다고 했는데 잘 못하면요? 그렇잖아도 요즘 제 리더십이 쭈그리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밤에 혼자 이불킥까지 한다니까요.”


“네에.”


“그렇다고 그냥 이 자리에 있는 것도 말이 안 돼요. 이 직급에서는 제가 제일 시니어라 눈치가 보여요. 제가 비켜줘야 올라올 수 있는 팀원이 있고요. 옆팀 같은 직급 후배들도 제 일을 해 볼 기회가 생기고요. 이래저래 제 마음대로 지금 이 자리에 있고 싶다고 계속 있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정리하자면 이렇다.


*** ‘등 떠밀려서’ 올라가면 혹시 못하는 부부이 발생하더라도 본인을 승진시킨 회사가 일부 책임감을 가져갈 수 있다는 버퍼가 있다. 그러니 부담감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 틀린 말 아니다. 하지만 오십 보 백보이기도 하다. 어차피 본인이 해야 한다. ‘그 한편의 부담감을 덜기 위해 이렇게까지 회피할 겁니까?’라는 질문에 이 팀장도 머쓱해한다. 본인도 본인이 설득이 안되는 것이다.


*** 욕도 먹을 거고, 남들이 뭐라 할 텐데 등 타인의 시선이 따가운 게 싫다. → ‘욕먹는다’는 관리자라면 디폴트다. 욕을 안 먹으려는 것이 차라리 이상한 나라의 관점이지 싶다. 다만, 욕을 먹더라도 잘 먹는 마음근육의 맷집은 다져야 한다. 맷집도 없는데 자꾸 맞으면 너무 아프다.


*** 잘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골치 아픈 일들이 산적해 있는데 말이다. 젊은 팀원들 관리는 도대체가 모르겠다. → 소통은 약간의 허풍을 넣어서 전우주의 도전이다. 소통은 어렵다. 스킬을 익히면 되는 영역이니, 계속 본인의 소통능력을 업그레이드하셔라.


*** 자!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것! → 본 글에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이 팀장이 자주 언급했던 것이 있다. 팀장으로서, 또 더 높은 직급으로써 해 보고 싶었던 것이 있다. 그 권한으로 더 넓게 양향력을 발휘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는 것이다. 그 여정에 있는 장애물(승진 도전의 망설임, 추가되는 욕의 양의 양, 자신감과 능력에 대한 합리적 의심, 책임감에 대한 부담) 은 말 드대로 장애물이다. 그 장애물을 넘고, 잠시 쉬 기고 하고, 또 장비를 활용해서 깨기도 하면서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이다. 이 팀장의 긍극적인 목적은 영향력 확장과 성장이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나무와 숲을 동시에 봐라, 줌인 줌아웃을 해라, 멀리 봐라 등.. 알고 있다.


*** 이 팀장이 말이 긴 이유: 배려였다. 자세하게 설명을 해줘야 상대가 이해하는 것에 도움이 되고, 본인도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상대가 알아야 할 것을 말하는 것이다.


눈앞에 맞닿드린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한 걸음 멀리에서 보면 보인다는 것을 알고 계시니 꼭 기억합시다.


눈앞 문제 해결에만 매달리지 말고, 한 걸음 멀리서 봐야 보인다. 꼭 기억하시라.


(꺄악, 글 써야 해! 마무리 다 못 했어. 급하다 급해를 외치며 써 놓은 글을 마무리하다 보니, 나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정작 이 글을 짓는 이유를 잠시 까먹었다는 사실! 그래도 바로, 빠르게, 정신머리를 붙들어 잡았습니다. ㅎㅎㅎㅎㅎ 하… 정말 쉽지 않습니다, 여러분!)












‘낀 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학교 교육을 마치면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돈벌이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돈벌이의 중심, 바로 ‘회사’라는 조직 속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낀 자’는 회사라는 조직 안의 모든 구성원을 말합니다. 우리는 늘 조직의 구조 안에 끼어 있고,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문제와 문제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끼어 있는 건 알겠는데,

힘들고,

힘이 드는 것도 힘이 드니…


그 안에서 웃고,

울고,

더 울고…

괜찮아 괜찮아…를 스스로를 설득하며 살고 있습니다.


‘아 그래도… 뭐 더 나은 방법이 없을까…’’

라는 생각도 하면서요.


그 절심함에서 배운 것이 있고, 마침내 조금 편히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배움을 통해 편히 숨을 쉴 수 있었으니, 저를 포함한 ‘낀 자’에게 그 방법의 작은 조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틀림없이 나아집니다.


그 응원이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일 수 있도록, 한 편 한 편 정성껏 쓰고 그렸습니다.


본인을 위해, 그리고 응원이 필요한 ‘낀 자’에게 미소와 함께 전해 주세요.


본 서문의 그림과 글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됩니다.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함께 나누고 싶으시다면 저자에게 알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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