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
제가 하는 게 더 빨라요...
이그.
한껏 짜증이 묻은 얼굴이다.
“코치님, 제가 하는 게 정말 훨씬 더 빨라요. 왜 저럴까요. 에휴.”
지 국장은 언제나 본인이 할 일은 잘 해내려 한다. 팀을 이끄는 것도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하려 애썼다. 어려운 태스크가 주어질 때도 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도전했다. 어리바리하게 처음 팀을 이끌 때보다 지금은 한결 수월하게 중간 관리자로서 성과를 만들어가며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잘 지내셨어요? 오늘은 무엇 때문에 한숨을 쉬시면서 들어오시는 검꽈?”
“코치님, 제가요. 잘 아시잖아요. 정말. 평소에는 가능하면 기분에 안 끌려가려고 제 방방거리는 성격을 눌러가면서 하는 거요. 그죠. 코치님은 아시죠?”
(아니 왜 갑자기 내 ‘급’ 동의를 요구하는 거야?)
“흠. 대답은 보류!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러신 지 말씀해 보세요.”
“저번에 얘기했던 그 직원이요. 마감일을 놓쳐요. 자료 다 만들었다고 검토해 달라고 가져와서 보면 오류가 많아요. 그거 수정하느라 시간이 더 들어요. 제가 하면 오래 걸리지도 않는 일인데. 그게 그렇게 오래 걸릴 일인가요? 어려운 것도 아니었는데요.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주의도 주고, 화도 내고 그랬는데, 나아지지를 않아요. 오늘도 또 그런 일이 생겨서 열받은 거고요.”
“에고. 좀 제대로 좀 하지. 왜 그렇게 국장님 속을 썩일까요. 참 내. 내 맘대로 안 돼요, 그렇죠?”
“어떡해요. 그렇다고 전배를 보내거나 내보내거나 그럴 직원도 아니에요. 조금만 개선하면 되는데 왜 그럴까요? 정말 저도 저이지만 본인도 맨날 그렇게 소리 들으면 속상할 거 같아요. 하아…”
“그러게요. 두 분 다 매번 이게 뭐예요. 기분도 안 좋고. 흠. 어디 보낼 수도 없다고 하시니, 계속 안고 가야 하는 직원인데.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지 국장은 멀뚱히 앉아 있다. 코치 네가 대답을 해주길 바랐는데, 다시 본인한테 물으니까 살짝 성가신 표정이다. 그래도 다시 묻는다.
“국장님, 어떻게 핸들링하고 싶으세요?”
“그 직원이 나아지면 좋겠어. 똑똑하고 실력도 있는데, 엉뚱한 데서 헤매는 거니까요. 참 이해가 안 돼.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왜 그러는 걸까요?”
“그러게요. 왜 그러는 걸까요? 물어보셨어요? ‘왜 그러냐’ 말고요. 무엇 때문에 그런 실수가 발생되는지요.”
“시간이 모자라서 그랬다고 하던데요.”
“시간이 모자란 이유는요?”
“데이터 뜯어보느라 그랬대요. 디테일 필요 없는 페이지에서 헤매고 있어요. 그거 하느라 막판에 시간이 모자라서 나머지 끝내야 하는 내용들도 엉성해지고요.”
(잘 아시네.)
“이유를 정확하게 말씀하셨어요. 진단을 했으니 처방을 해보세요. 엉뚱한 곳에서 헤매는 아이가 있다면, 무엇을 알려주면 또 헤매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까요?”
멀뚱히 앉아 있는지 국장님. 이번에는 보일 듯 말 듯 답을 정리하는 표정이다.
(히히히.)
“흠. 길을 헤매는 애한테는… 일단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려주거나, 어디를 가는 거냐고 묻거나, 엄마 어딨 냐고 묻거나… 그럴 건데요.”
고개를 끄덕이며 지 국장이 처방을 잘 마무리하기를 기다린다.
(커몽 요!)
“으… 제가 조금 더 상세하게 지시를 해야 할까요? 페이지 순서랑 각 페이지에 맹점으로 들어가야 하는 내용들이랑요. 그리고 중간중간 보고하라고 하고요. 능력은 있는 친구라 일을 모르는 건 아니거든요. 하… 너무 잔소리 많이 하는 상사로 생각할 텐데요… 저는 잔소리하는 상사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왜 소심 해지시는 건가…으.)
“잔소리. 그럼요. 잔소리는 누구나 하고 싶지도 않고, 듣고 싶지도 않죠. 잔소리에 대한 건 잠시 놔두고요. 길 잃은 아이한테는 저렇게 챙겨주면 잘 찾아가겠죠? 저는 그럴 것 같은데요. 자, 그럼 그 직원이랑 그렇게 하면 뭐가 나아지는 거예요? 정리해서 말씀해 주세요.”
멀뚱히 앉아 있는 지 국장님. 이번에는 보일 듯 말 듯 답을 정리하는 표정이다. 데자뷔다. ㅎㅎㅎ
“음… 어… 잔소리 같겠지만, 한 땀 한 땀 명확하게 알려줬다… 랑… 같이 중간중간 체크하면서 사고 날 걸 방지한다….? 맞아요?”
“네. 맞아요. 국장님이 말꼬리 흐리신 거 빼고는 다 좋습니다. 그런데 말꼬리 왜 흐리신 건데요? 본인 대답 중 마음에 안 드신 부분이 있으세요?”
“아니, 그건 아닌데요. 잔소리 같이 들릴까 봐요. 불편해하지 않을까요?”
“지 국장님, 아이 꾸짖을 때 못 살게 하려고 꾸짖나요? 아니면 조금 더 나은 것을 알려주려 그러나요? 본인 마음 어떻게 잡고 하시나요?”
“네. 그러네요. 자꾸 원래 본심을 까먹어요. 이번에도 또 그랬네요…. 그 친구랑 얘기해 보고 다음 주에 말씀드릴게요. 약속을 드려야 안 까먹고 할 것 같아요.”
“네. 까먹지 마시고 꼭 대화 잘해보고 알려주세요! 그리고 이번 주는 숙제 하나 드리렵니다. 전에 언급하시긴 했는데요, 국장님이 더 많은 권한을 갖고 싶었던 이유를 다시 정리해서 다음에 말씀 주세요.”
(잊지 마시라. 빨간펜 선생님 하려고 리더 하는 거 아니잖아요. 크게 갑시다 크게!)
*** 팀원이 해야 할 일을 하느라 더 크고 좋은 전략을 펼쳐 나가는 본연의 책임을 잊지 말자. 이유가 어쨌든, 리더로서 해야 하고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해야 할 것을 하자.
*** 팀원이 해야 할 일은 팀원에게 맡긴다. 부족하면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함께 하면 된다.
*** 본인의 소싯적과 현재의 팀원을 비교하지 말자. 각자의 능력과 장단점을 이끌어 내야 하는 게 리더다. 본인과 비교해서 팀원 기죽여서 얻을 게 있겠는가.
*** 답답해할 것이 아니라, 이 또한 능수능란하게 관리할 수 있는 리더가 되기에 집중해 보자. 이럴 땐 숲을 봐야 한다니까요.
*** 자녀에게 사랑과 훈육을 동시에 하듯, 팀원들에게는 지지와 지시의 균형이 필요하다. 그 비율은 각 개인에 따라 맞춤으로 한다. One size fits all은 없다. 세상에 그런 이상한 사이즈는 없다. 마이크로? 매크로? 그런 거 아니다.
낀 자, 모두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낀 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학교 교육을 마치면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돈벌이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돈벌이의 중심, 바로 ‘회사’라는 조직 속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낀 자’는 회사라는 조직 안의 모든 구성원을 말합니다. 우리는 늘 조직의 구조 안에 끼어 있고,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문제와 문제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끼어 있는 건 알겠는데 어렵고 힘도 들지요.
그 안에서 웃고, 울고, 또 울고…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틀림없이 나아지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조금 편히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낀 자’에게 그 작은 조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그 응원이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일 수 있도록, 한 편 한 편 쓰고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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