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미래 Jul 24. 2024

영원한 것은 없다.

Part 2. 사랑

아주 어릴 땐 모든 것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의 존재가, 친구의 존재가, 아무 걱정 없이 뛰어노는 나의 시간 또한 흐르지 않고 영원할 것만 같았다. 물론 언젠가는 깨지는 환상이지만 나의 경우는 조금 빨리 현실을 깨달았다.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으며 때로는 영원하지 않다 못해 완벽하게 부서질 수도 있다는 걸.


새끼손가락을 걸고 유치하게 우정을 약속하던 초등학교 시절의 친구들과는 얼굴을 보지 않은지 십 년은 넘었고, 떡볶이를 먹으며 온갖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학교 친구들도 기억 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다. 성인이 되고 난 후 돈을 빌려달라고 했던 친구와도 연락하지 않은지 오래되었고,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시작한 알바에서 만난 인연들도 필요할 때 간간히 오는 연락 말고는 얼굴을 보지 않은지 오래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공을 차고 놀던 시간도 까마득하고, 신발주머니를 들고 등교하던 때도 정말이지 아주 먼 옛날처럼 느껴진다.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 힘들 정도였던 때는 이젠 기억도 나지 않고,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시작의 순간과 설렘도 오래되었다.


친구도 나의 시간도 뭐든 영원한 것은 없다. 그저 그 시간 속에서 영원하길 바라며 평생을 살고 싶은 찰나의 순간을 간직할 뿐이다. 심지어는 이것 또한 그 당시에는 알지 못한다. 야속하게도 시간이 흐른 후에야, 정말 많은 세월이 흐른 후에야 깨달을 때가 많다. 사람이란 무심하고도 망각을 일삼는 지라 기억한다는 건 어쩌면 큰 과제일지도 모르겠다.


때론 망각하지 않고 오랫동안 새겨지는 기억도 있다. 상처라던가 힘들고 아픈 순간이라던가. 누가 이기적인 동물 아니랄까 봐 자신에게 불리하고 아팠던 기억은 귀신 같이 남겨둔다. 그리고 이 이기심에서 야기된 아픈 기억은 이기심에 대한 벌을 주기라도 하는 건지 정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 이런 기억을 잊는 건 불가능하다. 말로는 잊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저 마음 한 켠에 꽁쳐두고 없는 척, 지워진 척, 남 모르게 숨겨두고 사는 거다.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든, 오래 간직하고 싶은 기억이든 모든 기억과 추억은 어찌 되었든 사랑에서 온다. 뭐든 사랑하지 않으면 기억에 남지 않는 법이고 기억하려 하지 않는 법이다. 증오하고 미워하는 모든 것들도 애초에 애정이 바탕되었기에 싫어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관심이 없으면 미워하지도 않는다고 하지 않던가.

증오든 애정이든 사랑에서 시작된 모든 감정과 순간들은 지워지지 못하고 늘 우리에게 남는다. 때론 가끔 꺼내어 볼 수 있는 달달한 사탕 같은 기억으로, 아니면 어두운 방 안에서 꺼내 떠올리며 울적하게 만드는 기억으로.


영원한 사랑이란 건 존재하지 않지만 사랑했던 기억이 영원히 남는다.

영원한 건 순간이 아니라 기억이다.




이전 04화 결국,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